베인캐피탈, 클래시스 매각 제동…'트럼프 관세'에 흔들린 엑시트
25% 관세로 수출 타격, 매각가 협상 난항
원매자, EBITDA 10~15배로 2조 초반 제시
공개 2025-04-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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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 베인캐피탈이 매각을 추진 중인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214150)가 트럼프 정부의 25% 고율 관세로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탓에 클래시스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글로벌 PE들도 선뜻 나서지 않아 베인캐피탈의 엑시트(투자회수) 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JP모건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클래시스 보유 지분 61.57%를 매각하기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원매자로 나섰던 글로벌 PE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지난달 예비입찰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 힐하우스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정 가치를 매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클래시스 미용의료기기(사진=클래시스)
 
매각에 변수로 작용한 '25% 관세'…수출 타격 '불가피'
 
원매자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된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가 회사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일부 의약품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의료기기는 당장 9일부터 25%의 관세가 붙었다. 미국은 전 세계 의료기기산업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으로 꼽힌다.
 
클래시스는 그동안 수출 비중을 높여오며 최근 4년간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해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 2429억원 가운데 수출은 1637억원, 내수는 792억원으로 수출이 내수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내수는 2022년 543억원에서 지난해 792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 875억원에서 1638억으로 훌쩍 뛰었다. 이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슈링크, 볼뉴머, 사이저 등 클래시스(CLASSYS) 제품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들 제품 수출 규모만 지난해 847억원으로 내수 시장의 3배가 넘는다.
 
클래시스의 해외 영업은 크게 미주, 유럽·중동, 아시아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에는 시장 규모가 큰 미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3년 11월 사이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지난해 4월엔 볼뉴머의 미국 FDA 허가 등을 마쳤다. 미국 미용 의료제품 유통기업인 카르테사 에스테틱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 확대에 나선 것도 작년이었다. 이에 업계에선 지난해 클래시스의 미국 수출은 13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3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민 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미국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수출 다변화 지원을 건의하겠다"며 "수출 다변화를 위해 국내 인허가 제품에 대한 주요국 패스트트랙 채택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가 3조원, 현실성 재검토 필요
 
앞서 베인캐피탈은 2022년 4월 6700억원을 투자해 클래시스 지분 60.8%를 사들였다. 코스닥 상장사인 클래시스의 시가총액은 베인캐피탈에 인수되기 전 1조4000억원 안팎이었지만, 매물로 등장했을 당시 매각가는 3조원 중반까지 거론됐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베인캐피탈이 이번 엑시트로 약 2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클래시스의 미주 시장 개척은 물론 베인캐피탈의 매각 계획도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미주 시장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매각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실제로 고율 관세 발표 직전인 지난 2월 클래시스 주가는 7만원선을 돌파하며 시총이 4조60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주가는 장중 4만2350원까지 추락하며 3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23일 기준 클래시스 주가는 6만4000원으로 회복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로 성장세는 한 차례 꺾였다.
 
업계에선 베인케피탈 측에서 요구하는 3조원대 몸값이 최근 고율 관세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래시스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97억원으로, 멀티플 20배를 웃돈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20년 넘게 지나야 영업수익으로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성에 대한 담보 없이는 통상 멀티플이 20배를 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원매자 측에선 EBITDA 대비 10~15배 수준인 2조원 초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클래시스와 베인캐피탈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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