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흑자에도 현금흐름 '빨간불'…재무 리스크 커진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33.14% 감소
영업현금흐름 1조4123.5억원에서 9480.3억원 적자 전환
차입으로 유동성 확보했지만…부채 부담 가중 '악순환' 우려
공개 2025-03-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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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 악화로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재고자산 급증과 이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실질적인 현금 유입을 제약하면서, 회사의 유동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대규모 차입을 단행했지만, 이는 다시 부채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재무 리스크를 초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어떤 전략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두산)
 
수익성 유지에도 현금흐름 악화…재고자산 증가가 주요 원인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보다 이익 규모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1조6439.2억원, 영업이익 782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매출 12조7353.8억원, 영업이익 1조1706.1억원) 대비 각각 8.57%, 33.14% 감소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됐다.
 
2023년 3분기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4123.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9480.3억원으로 돌아섰다.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실제 현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현금창출력이 떨어질 경우, 추가적인 투자 여력 감소와 부채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의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된 원인은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증가가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은 3조710억원 규모로 전년 말(2조5390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인해 딜러들의 재고 조정 영향이 반영되면서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재고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장비 및 농업 장비를 주요 제품으로 판매하는 산업기계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들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적인 구매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의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대비 약 27% 감소했다.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현금 유입도 둔화됐고, 판매되지 못한 제품이 누적되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다.
 
 
 
현금흐름 악화에…외부 차입 크게 늘려 
 
두산밥캣의 재고 증가는 단순한 판매 둔화 문제를 넘어 두산에너빌리티의 구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재고 증가가 지속될 경우 보관 비용 부담과 함께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장기간 보관된 재고는 감가상각이나 가치 하락으로 인해 추가적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며, 두산에너빌리티의 단기적인 자금 운용에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금흐름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이러한 이유다. 회사는 1조원 이상(1조357.2억원)의 은행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단기적인 현금흐름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차입 움직임은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3분기 기준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2조2876억원인데 반해 갚아야 할 단기성부채는 약 3조원에 달하고 있어 채무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2023년 3분기 25.66%였던 순부채비율도 지난해 3분기 35.75%까지 1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유동비율(108.67%) 역시 전년 동기(103.84%) 대비 약 5%포인트 수준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11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원자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주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다만 여기에 투입될 예정인 생산설비(CAPEX)와 생산능력(CAPA) 확대에 따른 투자금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지난해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자산 증가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 해당 문제를 해결했는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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