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가능성이 국내 타이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수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타이어 3사의 대응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미국 공장 증설과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또 전기차 타이어 시장 확대를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업계의 움직임을 조명하며, 단기적인 물량 선적 전략과 장기적인 사업 방향성 등을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전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타이어 3사가 미국발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EV)용 타이어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타이어가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고급 타이어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마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 관세 부담을 그나마 상쇄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 (사진=연합뉴스)
고인치·전기차용 타이어 마진율 높아 관세 충격 '완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어 업계의 수익성 개선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전기차용 타이어와 같은 특수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높은 가격을 자랑하며, 더 나아가 마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들 제품의 판매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이 늘며 타이어 3사의 수익성은 일제히 개선됐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앤(161390)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073240)·
넥센타이어(002350)의 합산 매출액은 16조7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늘었다. 합산 영업이익은 2조5249억원으로 19.6% 증가하며 수익성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성장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 회복과 함께 프리미엄 및 전기차 타이어 시장 확장이 주효했다.
전기차용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는 몇 가지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전기차의 특성에 맞춘 성능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배터리의 무게와 고출력 모터로 인해 더 높은 회전 저항과 마찰력을 요구한다. 또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타이어도 소음 감소 기능을 강화하고, 더욱 내구성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전기차용 타이어는 에너지 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수명과 주행 거리를 최대화하기 위해 낮은 회전 저항을 가진 타이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타이어는 일반 내연기관차용 타이어보다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기차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마진율이 2배 이상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타이어는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중국 등 저가공세로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도
이러한 전기차용 타이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국내 타이어 3사는 고부가가치 타이어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1위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EV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와 협력하며,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아이온’ 시리즈는 테슬라, 포르쉐 타이칸, BMW i4 등 고급 전기차에 공급되고 있으며, 이러한 프리미엄 타이어의 높은 가격과 마진율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고성능 타이어와 친환경 타이어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능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며, 특히 스포츠카나 고급 차량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또한, 금호타이어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적합한 친환경 타이어를 개발하여, 지속 가능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고성능 타이어와 전기차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또 고급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을 타깃으로 한 타이어를 개발하여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제품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쉐린은 전기차 및 고성능 타이어 시장에 집중하며, ‘미쉐린 e.PR’과 같은 전기차 타이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브리지스톤은 전기차 및 스포츠카에 적합한 타이어 개발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친환경 타이어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과 기술력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외에도 국내 타이어 업계의 가격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른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에도 가격 인하 전략을 펼 가능성 등이다. 특히, 중국산 타이어와 같은 저가 제품의 출현은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타이어사의 글로벌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주요한 우려 지점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을 프리미엄 타이어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성 방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프리미엄 시장까지 중국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