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0년 금기' 깬 유상증자 강행한 진짜 이유
2조원 유상증자 발표…금융감독원 중점심사제 1호 기업 지정
미 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 재검토…10조원 집행 불확실성 증대
4년 연속 FCF 적자·현금 유동성 악화…재무건전성 '경고등'
공개 2025-03-20 11: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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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SDI(006400)가 상장 후 처음으로 20여년 만에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후폭풍이 거세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금융감독원은 삼성SDI를 중점심사제 1호 기업으로 지정했다. 시장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성SDI가 유상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대출 프로그램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4년간 이어진 잉여현금흐름(FCF) 적자와 유동성 악화, 부채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 본사 기흥사업장의 전경. (출처=삼성SDI 제공)
 
미국 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 재검토…삼성SDI도 직격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LPO)는 기존 승인된 융자의 법적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조건부 대출뿐만 아니라 최종 승인된 대출도 회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LPO 내부적으로는 보조금 및 대출 지원 대상 선정, 조달 공고, 규칙 제정 등의 활동이 중단됐으며, 기존 융자 취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와의 배터리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정책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자금 회수를 강경하게 추진 중이며, LPO의 지원 대상을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바이든 행정부 임기 종료 직전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서 75억달러(약 10조8000억원)의 저금리 대출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단계별 집행 조건과 정치적 변수로 인해 현지 투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에너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기존 대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승인이 된 것에 대해서는 축소 및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를 수행하려면 행정명령뿐 아니라 의회를 걸쳐 법안발의 후 폐지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회 논의를 거쳐 법적인 절차를 논의하는 동안 LPO 입장에서는 자금 집행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현금흐름 악화·부채 급증…유상증자 불가피
 
삼성SDI가 1999년 삼성전관에서 사명 변경 후 20여 년간 단행하지 않았던 유상증자를 선택한 배경에는 악화된 재무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배터리 시장 공급 과잉, 원가 하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미국 대출 프로그램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해졌다.
 
올해부터 회사를 이끄는 최주선 사장은 '인터배터리 2025'에서 "미국 에너지부 대출로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지만,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책 변화로 인해 결국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지가 됐다.
 
 
 
삼성SDI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786억원, 2022년 -1678억원, 2023년에는 -1조9447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6조4089억원에 달해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꾸준히 증가한 자본적 지출(CAPEX)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의 CAPEX는 2020년 1조7282억원에서 2021년 2조2257억원, 2022년 2조808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6조2713억원까지 치솟았다. 북미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의 설비 투자 등 대규모 지출이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차입금의존도 등 주요 재무 지표도 악화됐다.
 
한편, 삼성SDI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SDI의 대주주인 삼성전자(005930)(19.58%)와 국민연금(7.39%), 블랙록(5.01%), 일반 소액주주(61.72%) 등이 유상증자 참여 대상이다. 5월22일 확정 발행가액이 결정되면 6월19일 신주 상장으로 일정이 마무리되고 이르면 상반기 내 대금이 들어온다. 이중 1조5500억원 가량은 미국 및 헝가리 현지 법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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