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만기 부담 줄어든다…채권시장 숨통 트일까
지난해 만기 도래액 '최고점' 기록 후 감소 전환
만기 장기화 영향…여전채 수급 여건도 우호적
공개 2025-02-0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인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만기 도래 규모가 올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이후 다시 예년 수준으로 서서히 돌아오는 모습이다. 발행 규모 감소에 따라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는 축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여전채가 시장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이란 뜻이다.
 
만기 도래액 감소…만기 구조 장기화 영향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규모는 약 67조1000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만기 도래액 대비 약 10.9%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는 해당 규모가 75조3000억원으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업권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카드채(신용카드사)가 20조6000억원, 캐피탈채(캐피탈사)가 46조5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카드채는 24.9%, 캐피탈채는 2.9%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된다.
 
 
여전채 만기 도래액은 앞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당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 연도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50조7000억원 ▲2022년 52조1000억원 ▲2023년 67조7000억 등으로 확인된다. 이번에 증가 추세가 꺾이면서 감소세로 전환하는 셈이다.
 
여신전문금융 업계는 금리가 대폭 올랐던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만기 2년 이하의 단기물 발행을 늘렸던 바 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였는데, 해당 채권은 시기적으로 지난해 만기가 다수 도래했다. 시점이 한 곳에 집중된 면이 있다. 
 
반면 지난해 신규 발행한 채권은 만기가 2년·3년·5년 등으로 다시 장기화됐고, 여전채 내 단기물 비중은 그만큼 하락했다. 지난해와 달리 시점이 여러 곳으로 분산됐다. 올해 만기 도래액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드는 이유다.
 
만기 구조 장기화에는 특히 카드사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채 내 만기 1년 이하 발행 비중은 2023년 6.1%에서 지난해 0.7%로 하락했다. 캐피탈채의 경우 해당 비중이 같은 기간 7.2%에서 4.7%로 내려갔다. 카드사는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으로 우수한 만큼 조달금리 완화 효과가 빠르게 반영되고, 만기를 확대할 여력도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발행액도 감소 전망…스프레드 축소 가속도
 
여전채 발행 총액도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발행 규모가 95조원으로 2023년 80조원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는 기본적으로 차환 대상인 만기 도래액 자체가 감소한 가운데 추가적인 발행 여력도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여신금융 업계는 고금리 여건에서 조달 부담이 컸던 만큼 영업자산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여왔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큰 캐피탈 업권은 자산 성장세가 카드사 대비 더욱 정체된 상태다. 영업자산을 기존처럼 빠르게 늘리기가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자본적정성 지표인 레버리지배율 규제도 9배에서 8배로 강화된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수준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외형 확대에 앞서 자기자본 관리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여전채 발행 유인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채 발행이 감소하면서 신용 스프레드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스프레드는 국채와 여전채 금리 차이를 뜻한다. 올해 초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2.47%였으며 여전채 AA+ 등급 3년물은 3.05%였다. 이 경우 신용 스프레드는 57.5bp(1bp=0.01%p)다.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상황은 해당 채권을 더 낮은 금리에서 발행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여전채의 경우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이다. 시장에서 수요가 기관투자자라면 공급은 여신전문금융사인데, 공급 요인이 수요 대비 상대적으로 약화되면 발행금리를 그만큼 내릴 수 있어서다. 즉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강세 환경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본부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확보가 가능한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여전채 발행 감소는 신용 스프레드 축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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