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TCC스틸(002710)이 주가 하락에 따라 제40회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전환사채 발행 회사는 전환사채 투자자의 최소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동시에 신주 발행 수를 늘려준다. 다만, TCC스틸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까닭에 전환가액 조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기대 수익이 줄어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 주가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크지만, 이차전지 캐즘(일시적 수요 후퇴)이 지속되는 까닭에 시장의 기대감도 식고 있어 주가 부양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TCC스틸은 제40회 전환사채의 1주당 전환가액을 5만5000원에서 3만85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환가액이 하향조정된 원인은 주가 하락 때문이다. TCC스틸의 주가는 지난해 2월 1주당 8만5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월24일에는 주당 2만7950원까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이번 전환가액 조정가액이 조정 한도(3만8500원)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향후 전환가액 조정이 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회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추가한다. 일반적으로 전환사채 투자자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를 시장에 매도해 차익을 얻는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밑돌 경우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하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 회사는 주기적으로 주가를 반영해 전환가액을 조정한다.
아울러 전환가액 하향 조정에 따라 신주 발행 수도 늘어난다. 이번 전환가액 조정으로 TCC스틸의 제40회 전환사채 신주 발행 수는 90만9090주에서 129만8701주로 늘어났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발행해 줘야 하는 신주 수가 늘면서 TCC스틸의 주가 부양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환사채 신주 발행 수는 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TCC스틸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은 엑시트를 위해 풋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리픽싱 한도까지 전환가액이 내려온 상황이기 때문에 신주 발행 수를 더 늘려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신주가 발행되는 시기도 가까워지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6월28일부터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 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40회 전환사채의 신주 발행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TCC스틸의 총발행주식수(2621만3697주)의 5%에 해당한다.
TCC스틸은 향후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 주가 부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가가 상승해 전환사채 투자자의 수익률이 높다면 TCC스틸의 전환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의 주가 부양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차전지용 배터리를 보호하는 니켈도금강판 사업이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후퇴)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로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확대 정책을 축소함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의 수요 위축 우려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TCC스틸은 수익성을 방어하며 대응 중이다. TCC스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4455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시기의 실적과 비교했을 때 매출(4674억원)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76억원)은 증가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