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렌탈 1위도 포기하나…'케미칼 살리기' 벼랑 끝 전략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약 60.67% 매각 전망
롯데케미칼 실적 부진…공모 회사채 특약 못 지켜
그룹 재무 구조 개선 본격화 전망
공개 2024-11-2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16:0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그룹이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기업인 롯데렌탈(089860) 매각 움직임을 보이며 그룹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이번 매각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의 부진 속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재무개선 효과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롯데)
 
롯데렌탈 매각가, 경영권 프리미엄 붙어 1조원 넘을 듯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의 경영권 지분 약 60.67%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고, 주요 투자은행(IB)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이며 복수의 국내외 원매자들과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탈의 주요 주주는 호텔롯데(37.80%)와 부산롯데호텔(22.83%)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이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롯데렌탈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롯데렌탈의 시가총액은 약 1조500억원대로, 업계에서는 매각가가 1조원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이 21%라는 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롯데렌탈의 매출 비중은 차량 렌탈(63.6%)과 중고차 판매(27.3%), BIZ 렌탈(9.1%) 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2조715억원, 영업이익 2132억원을 기록하며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렌터카 비즈니스는 신차 매입부터 렌탈, 중고차 판매에 이르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매각에 나선 이유는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매출 5조2002억원,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4조8157억원, 영업이익 281억원) 대비 적자 전환됐다. 이는 화학제품 공급 과잉과 중국의 자급률 향상으로 인한 수급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에 포함된 재무 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서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 조건 변경을 추진 중이다. 해당 특약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5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올 3분기 기준 4.3배를 기록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회사의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이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IB토마토>는 롯데케미칼에 공모 회사채 재무 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롯데그룹, 롯데렌탈 매각설 사실상 '인정'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 대금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보유 현금 2조원을 포함한 유동자금 4조원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버텨내겠다고 밝혔지만, 추가적인 재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롯데렌탈 매각 대금이 확보된다면,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신규 및 경상 투자를 조정하며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여수와 대산 공장으로 확대 적용하는 등 다양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또 비핵심 사업 매각과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해 추가적으로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법인의 청산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롯데렌탈 매각은 국내 렌터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상반기 SK렌터카(시장점유율 15%)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인수된 사례가 있다. 이번 롯데렌탈 매각 역시 복수의 사모펀드가 입찰 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6년 10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롯데렌탈의 경영권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과 판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롯데렌탈은 이번 매각설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해 '미확정'이라는 답변 공시를 올렸다. 롯데렌탈은 해당 공시에서 "롯데렌탈은 최대주주(롯데지주) 등의 당사 지분 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해, 당사의 최대주주 등은 외부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매각에 대한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제안을 받고 이를 검토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각 추진을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에 이어 부산에 있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도 결정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대형 백화점으로 2009년까지 호실적을 내다 그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개점하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해당 백화점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안보다 아예 폐점한 뒤 부동산을 개발하는 안에 무게를 두고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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