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현금 쌓기 집중…LCC 통합 대비 '행보'
상반기 고환율 속 항공업계 지출 증가에도 현금흐름 확대
항공기 확보 보수적 접근으로 재무 개선…통합 염두 시각
재무 부실한 LCC 통합 대비해 재무 강화 지속 전망
공개 2024-11-0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6:3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진에어(272450)가 타 LCC(저비용 항공사)와 달리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을 늘리며 자금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결합이 이뤄지면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산하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통합 이후 진에어의 항공기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 대상인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의 부채 부담이 높기 때문에 통합 전 지출 조절을 통한 현금 쌓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LCC 통합이 가까워지면서 진에어의 지출 조절을 통한 재무 강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진에어)
 
상반기 LCC 중 현금흐름 규모 1위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진에어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7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724억원)보다 8.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에 따라 비용 증가 효과가 나타난 까닭에 진에어의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진에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385억원, 99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2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 원인은 운전자본 조정에 있다. 올해 상반기 진에어는 유류비 등 운전자본 조정을 통해 11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202억원의 지출이 있었던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통상 2분기는 비수기로 매출과 수익성이 약한 까닭에 영업현금흐름도 1분기나 3분기에 비해 줄어든다. 이에 진에어는 미지급비용을 확대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띄울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는데, 진에어는 지난 2분기 운항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면서 운전자본 지출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진에어의 운항횟수는 7295회로 지난해 2분기(7657회)에 비해 감소했다.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선급금 감축으로 55억원, 미지급비용 확대로 12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진에어가 항공업계 비수기에 효율적으로 지출 관리에 성공한 원인는 타 LCC 대비 적었던 항공기 확대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확대되면서 LCC들이 경쟁적으로 기단 확대에 나섰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향후 신형 항공기를 최대 50대까지 도입할 예정이며, 업계 2위 티웨이항공 2027년까지 항공기 50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수가 늘어나면 연료비나 정비비 등 항공기에 따라붙는 부대 비용이 증가한다. 항공기 운영 규모가 커지면 올해 2분기처럼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비용 증가 효과가 증폭된다.
 
그에 반해 진에어는 지난해 말까지 27대의 항공기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주요 LCC들이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모습에 비해 조용했다.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으로부터 2대의 B737-8 항공기를 각각 2월과 6월에 추가로 임차했는데, 이는 업계 전반의 확장 전략에 비해 비교적 소박한 모습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효과가 컸던 탓에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나 계열 LCC 편입 준비재무 강화 지속 전망
 
진에어는 향후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진에어가 운영하는 항공기는 29대, 에어부산 23대, 에어서울 6대로 통합 시 3곳의 LCC가 보유한 항공기를 단순 합산해도 단번에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국내 최대 LCC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음 관심사는 통합 전 재무 체력 강화가 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무 구조가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기준 상장 국적 LCC중 가장 높은 17.5%를 기록했고 준수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창출되고 있으나, 높은 부채비율이 문제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에어부산의 부채총액은 1조264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76%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에어부산이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은 213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890억원)의 24% 규모다. 
 
항공사들의 항공기 리스 비용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안정권인 200%를 넘는 것이 보통이지만, 에어부산보다 항공기 수가 많은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438%로 에어부산에 비해 300%포인트 이상 낮다. 아울러 에어서울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1306억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세 항공사가 통합되면 부채 및 리스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서울의 경우 규모가 작아 합병에 따른 충격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어부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이 1조4268억원으로 진에어(1조841억원)보다 큰 까닭에 통합에 따른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진에어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확대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진에어의 현금성 자산은 5252억원으로 지난해 말(4183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항공기 확대 등 투자 부담은 줄인 가운데 비용 관리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충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에어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객 사업의 견조함이 예상되지만 환율과 유가 변동 등 불안 요소가 함께 나타나고 있어 신규 취항 노선 개척 등 노선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라며 “향후 항공업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