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케이뱅크 후폭풍…IPO 1위 탈환 계획 '삐거덕'
하반기 IB 핵심 케이뱅크 상장 철회로 휘청
인터넷은행 상장 실적에도 기업 고평가 '논란'
주관 능력, 하반기 중형급 딜에서 역량 증명해야
공개 2024-10-2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18: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KB증권의 하반기 기업공개(IPO) 1위 탈환 계획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하반기 IPO는  KB증권 투자금융(IB) 부문의 핵심으로 이번 건으로 주식자본시장(ECM)의 실적 공백은 물론 내년 IPO 주관경쟁에서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케이뱅크 상장 철회로 하반기 IB '암초'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라는 내용의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앞서 케이뱅크는 올해 초순부터 지난 2022년 좌절된 IPO 재도전에 나섰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8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승인 후 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과 비트코인 거래소인 업비트 의존도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우형 은행장이 나서 해명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이번 케이뱅크 IPO는 하반기 KB증권 IB의 핵심이었다. 이번 케이뱅크 상장으로 이미 확고한 1위를 차지한 채권자본시장(DCM)에 이어 주식자본시장(ECM) 주관실적에서도 선두를 차지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케이뱅크 IPO가 물거품 되면서 KB증권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7월과 8월 IPO 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주관실적 0건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9월에서도 1건의 스팩주와 신영증권(001720)이 대표 주관을 맡은 제닉스의 물량 일부를 인수하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MNC솔루션과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 등 굵직한 IPO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삐거덕거린 셈이다. 
 
끊이지 않는 고평가 논란, KB증권 악재로
 
KB증권이 케이뱅크의 대표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이유는 이전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 상장 실적 덕분이다. 지난 2021년 8월 상장된 카카오뱅크의 유일한 국내 대표 상장주관사는 KB증권이었다. 당시로서는 사례가 몇 없던 인터넷 은행업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점이 주효했다. 
 
(사진=KB증권)
 
하지만 이번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로 핀테크 상장에 대한 KB증권의 주관 능력에 의문이 생겼다.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 산정 논란이다. KB증권은 케이뱅크의 비교 기업 산정에서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해외 인터넷은행을 비교 대상군에 포함시켰다.
 
주관사가 설정한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 카카오뱅크의 1.67배 보다 높은 2.56배다. 앞서 KB증권은 카카오뱅크(323410) 상장 당시에도 PBR 7.3배를 적용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고평가 논란은 주가 호황기가 계속되던 2021년에도 있었고 불황기에 접어든 2022년부터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이번 기관투자자들의 외면도 카카오뱅크 IPO의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공모희망가 하단인 9500원 아래에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케이뱅크는 일정을 일부 미뤄 내년 2월 말 전에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케이뱅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은 2월28일까지로 상장을 첫 번째 철회 때와 같은 고금리와 금융위기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다시금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잇단 IPO로 1위 탈환 가능해"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에도 불구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진행 중인 MNC솔루션과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를 고려하면 누적 IPO 주관실적 1위 탈환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IPO를 비롯한 장기적인 주관 역량은 KB증권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 이후 2023년 상반기 뼈아픈 딜 가뭄을 겪어야 했다. 기업가치 최대 100조원대의 대형딜을 주관했지만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대형주 상장에 투입하다 보니 이후 수임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실패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케이뱅크와 KB증권은 발행 규모와 공모가에 대한 조정을 논의 중으로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를 이끌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 내년 상반기에 재도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수요예측 실패는 발행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 시장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다"라며 "현재 주관사와 발행사 간 발행규모와 공모가에 대해서 조정을 논의 중인 알고 있고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하반기 준비 중인 딜 규모를 생각하면 IPO 1위 탈환은 가능할 것"이라며 "MNC솔루션과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를 비롯해서 중소형급 IPO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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