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KT(030200)가 10년 만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AICT(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KT는 지난 17일 노조 측과 희망퇴직 보상안을 두고 극적으로 합의안을 타결한 가운데 내년 1월 설립될 네트워크 부문 신설 자회사 2곳에 3780명가량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KT는 그간 높은 인건비로 인해 영업비용은 높아지고 수익성이 저하됐던 터라,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AI로 인력 보강과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김영섭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희망퇴직 보상안 노사 극적 타결·신설 자회사로 재배치
2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인력 재배치에 대한 노사 간 협의를 완료하고, 특별 희망퇴직 시행에 최종 합의했다. 네트워크 업무를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신설 회사나 그룹사로 전출 신청을 받기로 했다.
앞서 희망퇴직 보상안에 반발한 KT 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사옥 KT이스트 사옥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후 노사 양측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본사에서 협의 후 희망퇴직보상안을 도출했다. KT는 인력 재배치로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근속연수 15년 이상·정년 퇴직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직원이다. 희망퇴직자는 개인퇴직금에 더해 특별희망퇴직금도 받게 된다. 협상 결과 특별희망퇴직금은 기존 최대3억3000만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KT는 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 2곳을 신설해 본사 인원을 이동시킬 방침이다. 선로 통신시설 설계와 시공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KT OSP(가칭)와 도서 지역 네트워크와 선박 무선통신 운용 유지 보수 업무를 전담하는 KT P&M(가칭)으로 나누어질 전망이다. 신설 법인 설립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KT OSP에 3400명, KT P&M에 380명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KT는 이번 분사로 본사 업무만이 아니라 외부 시장까지 포지셔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계열사인 IS, KT CS 등에도 170명을 재배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KT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연간 투자를 지속해 네트워크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신설 법인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의 안정성과 품질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KT 측은 “AICT 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인력 구조 혁신 차원으로 현장 전문회사 신설을 통해 현장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고의 혁신을 통해 최고의 역량을 갖춘 AICT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결실이 산업 발전과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발전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 법인과 그룹사 전출 희망자 신청은 이달 21일부터 24일, 25일부터 2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할 수 있다. 특별희망퇴직 신청은 이달 22일부터 11월4일까지 가능하다.
높은 인건비 비중에 영업이익률 '저하'·구조조정 '불가피'
이번 구조조정으로 KT는 AICT 회사로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처럼 KT가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매출에 비해 인건비로 인한 비용이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KT는 인공지능(AI) 관련 전문 인력을 확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KT는 이동통신3사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 인원이 6000명, LG유플러스 인원이 1만1000명 남짓한 것에 비해 KT 인원은 1만9000여명으로 2만명에 달한다. 과도한 인건비에 KT 매출이 SK텔레콤보다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더 떨어지는 상태였다.
올해 상반기 KT 매출은 13조2010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비용은 12조2005억원을 차지해 영업이익은 1조5억원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 매출은 8조8970억원인데 영업비용은 7조86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KT보다 더 많은 1조3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도 KT는 5.58%인데 SK텔레콤은 11.64%로 더 높았다.
최근 3사 인건비를 따져보면 KT 인건비는 영업비용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KT 종업원급여는 총 2조3141억원으로 영업비용의 18.97%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 종업원급여는 1조2846억원으로 영업비용의 16.34%를 차지했고, LG유플러스의 경우 종업원급여는 8229억원으로 영업비용 6조5957억원의 12.48%를 기록했다.
이에 이번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KT는 민영화로 전환된 이후 명예퇴직으로 5500여명을 내보냈고, 2009년 이석채 대표 시절에는 6000여명을 명예퇴직으로 정리했다. 지난 2014년 황창규 대표 시절 8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는데, 10년만에 김영섭 KT 대표는 올해 또 다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취임 첫 해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AI로 효율화에 나서면서 입장을 번복했다.
대신 KT는 AICT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보다 AI 인력 충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2월 KT는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를 올해 1000명 규모로 신규 채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발맞추어 AI와 클라우드, 차세대 네트워크 등 신사업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KT는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동맹을 맺고 향후 5년간 AI 사업에 2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KT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특별 희망퇴직은 해당 직무만이 아니라 15년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인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라며 "자회사로 전출을 하더라도 급여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 이번 (구조 조정은) 인력에 대한 개편과 혁신을 위한 것이다. AI 인력의 경우 1000여명의 관련 인력을 뽑기로 했지만 아직 채용 단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