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반 토막'…기업가치 떨어진 한온시스템주가도 인수 계획 발표한 5월보다 40% 이상 하락협상 내용 비밀 유지…인수 협상 계속 진행 중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2위 자동차 열관리 기업인
한온시스템(018880) 인수를 앞두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지급하기로 한 주당 인수대금이 한온시스템 주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한온시스템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고, 재무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한온시스템)
2분기 부채비율 274%…유동부채 규모, 현금성자산 6배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올 상반기 매출은 4조9645억원, 영업이익은 136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694억원, 2037억원) 대비 각각 4% 증가, 32.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올 상반기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률은 2.75%로 지난해 상반기(4.27%)에 비해 반 토막 났다.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이 이처럼 급감한 데는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이 크다. 열관리 솔루션 기업인만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회사가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의 규모가 보유 현금의 6배가 넘는 상태다. 2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유동부채는 3조9970억원, 이 중 단기차입금이 1조7198억원으로 전체 유동부채의 43%에 달한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869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 역시 악화됐다. 한온시스템의 2분기 부채비율은 274%, 유동비율은 94%로 적정 기준(200% 이하, 100% 이상)을 한참 벗어났다. 수익성과 재무상태가 악화된 가운데 최근에는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으며 기업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기업가치 떨어진 한온시스템, 인수대금 조정 목소리도
한온시스템 안팎의 사정이 악화되자 한온시스템 인수를 앞둔 한국타이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온시스템과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가진 지분 50.5%의 절반인 25%를 한국타이어가 1조3679억원을 지급하고 인수하는 안을 의결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참여해 364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12.2%를 추가로 취득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총 50.5% 확보하게 돼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앞서 2014년 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한온시스템 지분 19.5%를 확보해둔 상태다.
한국타이어가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5월7일 한온시스템 주가는 장중 6800원까지 급등했지만, 현재 주가는 4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 보유 지분 11억3345만주를 주당 1만250원에,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는 주당 5605원에 각각 취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이후 4000원대로 떨어지면서 한국타이어가 기존 계획대로 한앤컴퍼니에 인수대금을 지급하게 되면 주당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온시스템의 실적 부진과 함께 재무상태가 악화되며 주요 증권사들은 한온시스템의 목표주가를 하나같이 내리고 있다. 특히 일본 노무라증권은 매도 의견을 내고 한온시스템 목표주가를 4000원에서 최근 3000원까지 낮췄다. 이처럼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타이어 안팎에서는 한온시스템 인수대금을 조정하거나 인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대금 조정 가능성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수에 관한 협상 내용은 비밀유지 조건이 있어 밝힐 수 없다”면서도 “현재 한온시스템 인수를 위한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한온시스템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윤철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
기아(000270) EV3를 시작으로
현대차(005380)의 BEV 전용 플랫폼 기반 후속 신차 라인업에도 한온시스템의 4세대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이 탑재될 전망”이라며 “시장 컨센서스 회복과 함께 이자비용 가중으로 올 상반기 순이익 방어에 실패하면서 심화됐던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