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지주(004990)의 재무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이 업황 악화 등으로 인해 '캐시카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영향이 크지만, 계열 관련 자금소요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일부 자회사에 대한 추가 출자 계획도 앞두고 있어 보유자산 매각 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2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식품·화학·유통 등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에서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023530)은 각각 석유화학, 유통산업 부문에서 국내 최상위권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웰푸드(280360)와
롯데칠성(005300) 또한 식음료 사업에서 우수한 시장지위와 사업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계열 관련 자금소요 지속도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1년까지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계열 지원으로 차입부담이 증가했으며, 2022년 이후에도 코리아세븐과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참여, 롯데바이오로직스 출자 등에 따른 자금소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부문은 단기간 내 이익창출력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 등에 힘입어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년간 누적된 글로벌 공급부담이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어 기초소재 부문 수익성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인수한 이차전지 소재 동박 부문의 이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범용 석유화학사업 부진을 상쇄할 만큼 사업 다변화 수준이 제고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유통부문의 수익성은 회복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 소비 침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명품 수요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엔데믹 이후 패션, 식품 부문으로 다변화된 수요 등이 백화점 판매고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구조조정 및 구매통합 등 할인점·슈퍼 부문 비용절감 성과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온라인 부문은 높은 경쟁강도를 감안할 때 영업이익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운영 효율화를 통한 점진적 실적 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지원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임대수익 등이 현금흐름 안정성을 지지하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의 실적 저하로 지주사의 배당수익이 감소한 데다 고금리 기조 때문에 자본비용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상현금흐름이 저하된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자회사에 대한 추가 출자도 계획돼 있어 보유자산 매각 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중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최근 부정적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주사의 신용도 강등도 우려되고 있다. 고유가 기조와 함께 중국이 신규설비를 증설하며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방 수요는 침체하고 있어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설비 확충 및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자급률 상승이 수익성 개선 폭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사업인 동박 부문도 전기차 수요 위축에 따라 수익성 약세가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이익창출력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