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인 IFRS9을 지난해 공식 도입하면서 운용자산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보다 늘어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과 금리 환경 탓에 투자영업 손익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 초장기채 수요 확대 등 듀레이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그에 따른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IB토마토>는 달라진 보험사 자산운용 구성과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자산 구성에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OCI) 비중이 커지고 있다. 장기채 중심의 국공채를 늘린 결과로 자산 듀레이션(평균회수기간)을 확대해 부채 듀레이션과 매칭하기 위함이다. 올해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이 있는 만큼 듀레이션 관리가 더욱 중요해져 장기채 수요도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자산 내 FVOCI 비중 상승…국공채 확대 주효
5일 각 보험사의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내 FVOCI 비중은 상위권 다섯 곳 기준 생명보험 평균이 48.6%, 손해보험 평균이 50.2%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대비 생명보험이 0.1%p, 손해보험이 1.0%p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FVOCI는 지난해 IFRS17·IFRS9 회계 기준 재분류로 구 IAS39 체계 당시 만기보유증권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됐던 부분이다. 보험사는 안정적인 채권 중심으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만큼 FVOCI에 속하는 금융자산 비중이 기본적으로 높은 편이다.
FVOCI 내 국공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이 32.0%, 손해보험이 36.6% 정도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비중이 상승했다. 국공채 외 나머지는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주식, 수익증권, 외화증권 등으로 구성된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데도 FVOCI가 주효했다. 안전자산은 국공채 중심에 현·예금, 특수채, 금융채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위험자산은 주식, 출자금, 수익증권, 기타유가증권, 신용대출, 기타담보대출 등이다. 국공채 확대로 FVOCI 비중을 높이면 그만큼 안전자산 비중이 확대됐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자산 듀레이션 확대 필요…장기채 중요성 커져
회계 전환 이후에는 자산과 부채 관리 측면에서 각각의 듀레이션을 매칭하기 위해 국공채 매입을 늘린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사는 보유계약이 곧 부채 개념인데, 보험료를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상품 구조인 만큼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이어 올해부터는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장기선도금리 인하)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자산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국공채 중에서도 특히 만기가 긴 장기채 수요가 증가한 이유다.
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채권보유 잔고는 지난해 1분기 463조원, 2분기 484조원, 3분기 503조원, 4분기 499조원으로 올해 1분기는 505조원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30년물 이상 초장기채 거래량은 지난해 1분기 13조원, 2분기 11조원, 3분기 8조원, 4분기 8조원, 올해 1분기 12조원으로 나타난다.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도 장기채 수요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안정성뿐만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도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하반기로 지연되면서 국공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내서다.
복합적 요인에 따라 장기채 수요와 거래량은 올해 1분기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FVOCI 비중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FVOCI 자산 중에서도 국공채 투자를 늘렸다는 것은 보수적인 자산운용 기조로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라면서 “특히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칭 수준을 줄이는 것이 ALM이나 자본관리 측면에서 위험성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