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산운용 점검)①늘어난 FVPL…투자손익 안정성 '흔들'
올해 1분기도 비중 확대돼 '투자수익률' 제고 목적
대규모 평가손실에 투자손익 저하 불안정성 여전
공개 2024-06-0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14: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가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인 IFRS9을 지난해 공식 도입하면서 운용자산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보다 늘어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과 금리 환경 탓에 투자영업 손익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 초장기채 수요 확대 등 듀레이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그에 따른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IB토마토>는 달라진 보험사 자산운용 구성과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부터 보유계약에 대한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함께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인 IFRS9를 도입하면서 운용자산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총자산에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비중이 늘어 투자손익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운용자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FVPL 필요성이 따르나 높은 비중에 대한 리스크는 손익 관리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올 1분기 FVPL 비중 확대…운용자산이익률 제고 목적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위권 보험사 열 곳의 FVPL 비중은 21.1%로 지난해 말 20.5% 대비 0.6%p 상승했다. 업권별 평균은 생명보험사가 22.8%, 손해보험사가 19.4%다.
 
 
보험사별 수치는 ▲삼성생명(032830) 14.7% ▲한화생명(088350) 33.5% ▲교보생명 34.0% ▲신한라이프 20.1% ▲NH농협생명 11.9% ▲삼성화재(000810) 12.8% ▲DB손해보험(005830) 19.6% ▲현대해상(001450) 19.1% ▲KB손해보험 25.8% ▲메리츠화재 19.7% 등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OCI) 비중은 49.4%로 0.5%p 올랐으며, 상각후원가 측정 금융자산(AC)은 0.2%p 줄어들었다. FVPL과 FVOCI, AC 이외 나머지 자산은 현금·현금성자산, 관계기업투자 등이다.
 
보험사 금융자산은 기존의 IAS39 회계서 ▲당기손익인식증권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 등으로 분류됐다. IFRS9 기준에 따른 조정 이후에는 만기보유증권 성격인 AC가 줄고 당기손익인식증권에 해당하는 FVPL이 크게 늘어났다. 금융자산 원금·이자에 대한 현금흐름 기준이 바뀌면서 수익증권과 외화증권의 재분류가 FVPL 비중 확대로 이어졌다.
 
보험업계는 FVOCI 자산을 확대하면서 FVPL 내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모양새다. AC보다는 FVOCI나 FVPL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자산과 부채의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공정가치 방식으로 측정하는 FVOCI나 FVPL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AC 비중이 줄어든 것은 부채 평가 방식 변경으로 시가평가 선택권이 없는 AC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면서 “또한 FVOCI 비중을 늘린 경우에는 이자 수취 목적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FVOCI 자산 확대나 FVPL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예상된다”라며 “FVOCI 확대로 인한 운용자산수익률 저하를, FVPL 자산으로 높이는지가 투자손익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손익 변동성 커져…올해 1분기도 영향 이어져
 
FVPL에서 발생하는 투자손익 변동성은 실적 관리 측면에서 해결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금리 환경에 따라 자산에 대한 평가손익 규모가 크게 달라져서다. 수익증권과 외화증권 모두 FVOCI 자산 대비 평가이익 변동성이나 손실 리스크가 높다.
 
FVPL 가운데 수익증권은 펀드 형태로서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부터 부동산, 실물 등 다양한 대상이 있다. FVOCI 대비 수익률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기존 회계서는 이자나 배당손익으로 인식됐는데 IFRS9 적용 후에는 평가손익이 반영되면서 투자손익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화증권은 해외 채권 등에 투자한 건인데 이 역시 국내 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지만 잠재적 리스크가 훨씬 크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영향과 헤지(Hedge) 비용 등이 손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매 분기별로 발생했던 투자손익 변동성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 업계는 순이익 1조8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감소했는데 투자손익 부진이 주요했다. 보험손익은 1조2472억원으로 1.7% 증가한 반면 투자손익은 1조1670억원으로 53.2% 줄었다. 금리상승에 의한 평가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손해보험 업계의 경우 순이익이 2조9694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보험손익이 3조451억원으로 27.9% 성장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반면 투자손익은 9012억원으로 17.5% 감소했다. 손해보험사의 투자손익 부진 역시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설용진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투자손익의 경상적인 이익 수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국내외 부동산 시장 관련 우려 등을 감안하면 경상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FVPL 평가손익과 수익증권 손상차손에 대한 변동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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