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선전비와 운반비 감축으로 영업익 5억원 달성넥스트마일·페이 자회사 투자 이어지며 연결 '적자'수익성보다 신규사업 발굴 집중…흑자 유지 '불확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컬리가 올 1분기 별도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일각에서는 미뤄둔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컬리는 지난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 바 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1월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최근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컬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사업 다각화와 외형 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사진=마켓컬리)
별도기준 분기 첫 '흑자' 달성…연결기준 적자 '여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는 올래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 5억257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308억원 손실) 대비 약 314억원이 개선된 수치다.
이번 별도기준 흑자전환은 원가율과 판관비율을 크게 줄이면서 가능했다. 1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70.55%에 달했던 원가율은 올해 68.43%로 약 2.12%포인트 감소했다. 판관비율도 같은기간 35.52%에서 31.47%로 4.05%포인트 줄었다.
1분기 판관비 중에서는 광고선전비와 운반비 등이 크게 줄었다. 운반비는 지난해 97억원에서 올해 37억원으로 61.86%, 광고선전비는 같은기간 83억원에서 39억원으로 53.01% 급감했다. 이어 포장비도 146억원에서 119억원으로 18.49%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최신 자동화 설비 등이 도입된 창원과 평택센터를 오픈하면서 물류 효율이 개선된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증대와 배송 효율화, 안정화 등을 이뤄냈다는 게 컬리측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계약 기간이 만료된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로 비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없앤 부분 역시 비용효율화로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컬리가 IPO 재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회사 고위 관계자가 최근 한국거래소 접촉을 다시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앞서 컬리는 2022년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같은 해 8월 심사를 통과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시장 환경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1월 상장 추진 작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IPO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컬리 측은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PO 기업 수는 27개사로 최근 3년간 1분기 상장 기업수가 2021년 32개사, 2022년 28개사, 2023년 28개사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공모금액은 5368억원으로 1 분기 기준 역대 평균 공모금액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과거(1999~2023년) 1분기 평균 공모금액 1.1조원을 기록해 왔다.
수익성보다 외형성장 집중에 흑자 유지 '불확실'
컬리는 1분기 흑자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증명한 만큼 올해부터는 다시 외형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금흐름상의 손익분기점을 유지하면서 유입된 현금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결기준으로는 물류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과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컬리페이의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면서 1억8762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컬리페이의 경우 론칭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사업 초기인 만큼 투자 등으로 인한 비용 소모가 많은 상황이다.
1분기 감사보고서를 통해 자회사별 영업이익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5억2570만원이었음을 고려해 단순 계산시 자회사 영업손실은 7억1333만원대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컬리넥스트마일은 73억원, 컬리페이는 28억원, 케이오티씨는 76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 손실 지속에도 불구하고 컬리는 향후 거래액과 매출 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점유율 확대와 씨커머스의 국내 진출 등으로 치열해진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해지면서다. 씨커머스란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일컫는 말로 해당 이커머스 기업들은 가성비 전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무료배송, 장기간 무료 반품 등의 특전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발굴과 샛별배송 권역 확장에도 집중한다. 다음달부터는 퀵커머스 브랜드 '컬리나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샛별배송'에 이어 퀵커머스 사업을 통해 배송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뷰티컬리가 지난해 동기 대비 34%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향후에는 뷰티 카테고리 외에도 패션 카테고리도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다만 1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컬리의 유동비율은 87.17%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59.97% 대비 27.2%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이나, 경쟁사인 쿠팡과 오아시스가 각각 지난해 말 90.62%. 277.03%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1분기 말 오아시스의 유동비율은 298.04%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은 200% 이상일 때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82.18%로 지난해 말(10374.03%)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되긴 했으나,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기준인 100~200% 사이를 한참 넘어섰다. 리스부채 3581억원을 포함한 총차입금은 3903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44.48%에 달했다.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일 때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96억원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IPO의 경우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주간사 등과 긴밀히 협의해 좋은 타이밍에 재추진할 계획이다"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