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올랐던 시장금리가 안정화되고 올해 기준금리 하락까지 거론되면서 신용카드사 채권 발행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사로 수신 기능이 없는 만큼 발행 환경이 자금 조달의 핵심이다. 올해는 높았던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과도기로 평가된다. <IB토마토>는 카드사를 신용등급별로 구분해 조달 현황과 개선 양상,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용등급이 AA-급인 롯데카드는 다른 카드사보다 조달 환경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사채권(여전채) 발행금리가 업계 내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며, 이자비용률도 빠르게 올라 부담이다. 조달구조에서 회사채 비중을 올리고 현금성자산을 크게 확대한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불리한 조달 환경에 발행금리 높아
7일 여신금융·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달 발행한 공모사채 금리가 최저 4.1%에서 최대 4.4% 범위에서 형성됐다. 단순 합산 평균(개별민평 기준의 두 건 제외)은 4.3%로 나온다. 총 발행금액은 6600억원이다. 이달 들어 발행한 2500억원 규모의 채권도 발행금리가 4.3%에서 결정됐다.
신용등급 AA+급과 AA급이 금리 3% 후반에서도 채권을 발행한 것과 달리 롯데카드는 4%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민간채권평가회사 세 곳에서 제시하는 롯데카드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1년6개월물이 4.2%, 2년물이 4.3%로 확인된다.
(사진=롯데카드)
이는 롯데카드 회사채 신용등급이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AA-급이고, 금융그룹 소속 경쟁사와 달리 계열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은 롯데카드 등급 설정과 관련해 ▲지분 60%를 실질적으로 보유한 MBK파트너스가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라는 점 ▲우리은행 지분은 20%에 불과하다는 점 ▲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롯데카드 인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계열 지원 가능성이 인정돼야 1노치(Notch)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불리한 조달 환경 탓에 비용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나는 모양다. 롯데카드의 조달비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179억원으로 전년도 연간 금액인 3372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차입부채를 고려한 이자비용률은 3.4%로 카드사 평균인 3.1%보다 0.3%p 높다.
올해 발행한 채권의 만기 구조 양상은 1년3개월물, 1년6개월물, 2년물, 2년6개월물 등으로 나타난다. 이 역시 신용등급 AA+급이나 AA급 카드사가 3년물 이상의 장기채 발행을 늘리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회사채 비중 상승…현금성자산 확대 고무적
롯데카드의 조달구조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차입부채 16조6669억원에서 ▲회사채 9조7000억원 ▲기업어음(CP) 3조6850억원 ▲유동화차입금 2조6069억원 ▲일반차입금 6750억원 등이다. 회사채 비중은 58.2%다.
카드업계서 롯데카드는 회사채 비중이 나홀로 50%대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2022년(52.7%) 대비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개 금리가 상승하면 CP 등으로 차입부채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회사채 비중이 기존 대비 떨어진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조달시장 경색으로 인해 하락했던 회사채 조달비중이 상승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기업어음의 경우 발행잔액 중 약 84%는 발행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조달로 구성됐다”라고 평가했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다는 점 역시 미흡한 부분으로 꼽힌다. 롯데카드는 해당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45.1%로 나온다. 반면 업계 평균은 36.4% 수준이다. 롯데카드가 약 10%p 높은 셈인데 그만큼 조달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현금성자산을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4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매각하면서 매각이익 2608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517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868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조달비용률 상승 폭을 둔화하는 효과를 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4분기 기준 역시 현금성자산을 3개월 차입금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여유 있게 가져가고 있다”라면서 “지난달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하기도 했다. 연내 상환이 돌아오는 물량에 대한 차환 발행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