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005490)가 중국산 철강 제품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자 반덤핑관세를 통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열연강판 매출 감소 최대 원인으로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증가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열연강판 사용을 늘리면서 포스코의 열연강판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반덤핑관세가 시행될 경우 중국산 열연강판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던 국내 철강업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반덤핑관세 부과 아직은 '불투명'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3분기 열연강판 매출액은 2조5646억원으로 2022년 3분기(2조9813억원)에서 14% 감소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열연강판 판매량은 218만1000톤으로 2022년 3분기(203만6000톤)에 비해 7.1% 증가했다.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판매 단가가 하락하면서 전체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포스코의 지난해 전체 매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강판 등 국내외적으로 철강 수요가 침체된 탓이 크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의 개별 매출액은 39조1850억원으로 2022년(42조6951억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2022년은 포스코홀딩스 개별영업이익을 따름
이에 포스코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제소를 시도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그룹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열연강판 수입 계약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를 포스코가 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관세 제소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의 열연강판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 역시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증가로 인한 매출 감소를 인지해 반덤핑관세 제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179만톤으로 2022년(141만9000톤)에 비해 26.1% 증가했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중국 내수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국산에 비해 톤당 5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과거와 달리 중국 상위권 철강사들의 품질은 국산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중국산 철강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커지는 철강업계의 반발
그러나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제소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덤핑관세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 덤핑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포스코에 따르면 2021년 열연강판 매출은 12조5297억원, 2022년에는 13조5655억원으로 증가했다. 현 시점에서는 중국산 열연강판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속단하기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포스코의 열연강판 매출 하락은 국내 수요 감소의 영향이 크지 중국산 열연강판의 영향은 생각보다 작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반덤핑관세 제소로 철강업계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덤핑관세 제소를 통해 포스코는 보호받겠지만 다른 기업들은 원가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퍼지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국내 열연강판 시장 점유율은 70~80%대로 사실상 독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열연강판 반덤핑관세가 시행될 경우 포스코의 열연강판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열연강판을 사용하는 철강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 커지면서 결국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산 열연강판의 주요 수입자인 냉연강판사들의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도 매월 1만~2만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포스코의 열연강판 생산량이 600만톤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포스코가 내수 시장에서 직접 가전, 조선, 자동차 등 고객사들에게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비중이 61%(지난해 3분기 판매량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산 열연강판이 포스코의 공급망을 비집고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의 반덤핑관세 부과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로부터 열연강판을 공급받는 냉연강판, 유통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산보다 가격이 낮아 원가·판매 관리 차원에서 중국산 열연강판을 사용했는데, 반덤핑관세 부과로 인해 국산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 경우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철강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냉연강판의 경우 수출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관세가 부과될 경우 냉연강판사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철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냉연강판 수출량은 2021년 506만1000톤, 2022년 458만톤, 2023년 443만7000톤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산 수입량이 증가해서 반덤핑제소를 추진한다면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훨씬 많았던 2010년대에 반덤핑관세 제소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관계자는 “반덤핑관세 제도가 철강산업 전체가 아닌 개별 기업의 보호에 그쳐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반덤핑관세 제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중”이라며 “최근 저가 수입재가 급증하면서 내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수익성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조업 필수소재이자 철강산업의 기본인 열연 제품을 보호하고자 다각도로 보호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