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테크, 전환사채 관련 파생상품평가손실 105억원 공시주가 상승으로 파생상품부채 관련 공정가치 상승 영향회계상 수치로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영향 없어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업이 대규모 순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순이익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비용이나 기타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영업이익을 까먹는 경우다. 특히 금융비용 중에서 파생상품평가손실 계정으로 대규모 금액이 비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나인테크 홈페이지 화면.(사진=나인테크)
먼저 파생상품이란 사전적 의미로 외환, 예금, 채권, 추식 등과 같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된 금융상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는 선도거래, 선물, 옵션, 스왑 등이 있다. 이 중 보고서에 주로 나오는 파생상품평가손실과 관련된 파생상품은 전환사채(CB)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전환사채란 주식 전환권과 상환권이라는 옵션이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회사는 상환권, 투자자는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이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을 영위하는
나인테크(267320)는 지난달 29일 제2, 3회차 전환사채와 관련해 105억2038만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289억원)의 36.3%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전환사채에 부여된 파생금융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상 손익을 당기손익으로 계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가 상승으로 전환사채 전환가격과 주가 간 차이로 인해 파생상품 거래손실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나인테크는 올해 3분기 보고서에서 금융비용 중 파생상품평가손실로 132억4082만원을 인식했다. 여기에 파생상품평가이익으로 27억2044만원을 인식하면서 전체 평가손실로 105억2038만원을 기록했다. 평가이익과 평가손실을 서로 상계시키고 잔액을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이라는 제목으로 공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3분기 기준 13억원 영업적자에서 111억원 당기순적자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주가 상승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인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권은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리픽싱(전환가격 조정)이 부여된 전환사채의 경우 파생상품부채로 계상된다. 이후 전환권 행사를 위한 기준 가격이 변동되면 파생상품부채의 공정가치가 변동되고, 이익과 손실로 인식을 한다. 실제 주가가 상승해 전환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 파생상품부채의 공정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부채의 증가로 인한 평가손실을 반영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기업 입장에서 투자자에게 주식을 주지 않고 직접 시장에 팔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주가보다 낮은 전환가격에 투자자에게 지급하면서 그 차액을 손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때 주가와 전환가액 차이만큼 회사가 손실을 본다는 의미로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파생상품부채의 공정가치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파생상품평가이익을 계상하게 된다.
다만, 이런 계정은 실제 기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는 회계 상 계정이다. 실제 현금흐름표에서는 파생상품과 관련한 현금 유출입 계정은 없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에서 비용으로 처리했던 파생상품평가손실은 현금흐름표에서는 실제 현금 유출이 없었다는 점에서 ‘당기순이익조정을 위한 가감 계정’에서 현금 유입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손익은 재무상태표 자본총계의 이익잉여금 계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자본총계에 표시된 이익잉여금은 매년 당기순손익이 전입되면서 형성된다. 매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 자본총계의 이익잉여금이 늘어나고,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면 이익잉여금이 줄고, 이익잉여금이 바닥날 경우 결손금으로 전환된다.
실제 나인테크의 올해 3분기 결손금은 16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변동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결손금 49억원에 올해 3분기 전체 당기순적자 112억원 등이 더해지면서 결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결손금은 자본총계를 줄여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다만, 나인테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크게 늘리면서 결손금 확대를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