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원화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변화를 맞이하는 규제 비율 조건을 충족시키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양행 모두 미리 LCR을 챙겨 은행채 발행이 몰려 생기는 불필요한 금리경쟁을 피하고 건전성도 챙겼다.
우리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선제적 방어
우리은행이 LCR 규제 정상화에 성공적으로 대비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원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최고 수준으로, 올해 2분기 기준 평균 100.78%를 기록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한달 간 순현금유출액을 감당할 수 있는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높으면 높을수록 유동성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잘 갖췄다고 판단한다. 2분기 기준 4대 은행의 LCR은 국민은행 100.14%, 신한은행 98.72%, 하나은행 100.68%를 기록했다.
고유동성 자산은 예금, 국공채, 금융채 등이 속하며 우리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은 65조3182억원, 순현금유출액은 64조87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고유동성자산은 59조9926억원, 순현금유출액은 64조4034억원 대비 각각 8.8%, 0.7% 증가했다. 고유동성자산의 증가율이 순현금유출액 대비 높은 덕분에 LCR이 지난해 2분기 93.19%보다 7.59%p 증가할 수 있었다. 순현금유출액이 작은 폭으로 증가한 것은 총현금유입액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지난해 2분기 총현금유입액은 23조9059억원에서 올해 2분기 25조5480억원으로 증가했다.
4대 은행이 LCR을 높인 것은 다가오는 유동성 규제 완화 종료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LCR 기준을 100%에서 85%까지 완화시켰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 경색 위기가 우려되자 당초 계획을 바꿔 정상화 시기를 미뤘고, 지난 6월까지 92.5%를 유지하다 7월부터 95%를 적용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4대 시중은행은 의무비율 정상화가 임박하는 연말 은행채를 발행할 경우 금리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LCR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적정 수준을 갖췄다. 현재 100% 미만인 은행은 신한은행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은행채가 한꺼번에 발행되면 은행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있어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최대 규모 외화 자산보유에 유동성 미리 챙기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하나은행이 1위를 차지했다. 원화와는 달리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의 의무 비율은 80%다. 외화에 대한 유동성 관리는 원화보다 보수적으로 운영돼 기준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외화 LCR은 하나은행이 150.2%로 국민은행(139.5%), 신한은행(131.4%), 우리은행(128.5%)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월 기준 하나은행의 외화 순현금 유출액은 5298억원, 외화 고유동성 자산은 8381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이 높은 이유는 하나은행의 외화자산에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외환은행 합병 역사를 가지고 있어 외화자산 규모가 큰 데다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외환 자산 규모를 늘려왔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기준 외화자산은 총 683억800만달러(한화 약 90조6105억원)로 같은 기간 국민은행 등 4대 은행에 비해 규모가 크다. 상반기 외화 자산 규모는 국민은행 483억2300만달러(64조1004억원), 신한은행 414억400만달러(54조9224억원), 우리은행 572억7800만달러(75조9792억원)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외화 자산이 가장 적은 신한은행과는 약 35조6881억원 차이다.
하나은행의 외화자산은 대출금, 예치금, 유가증권 순으로 규모가 큰데, 특히 기타자산을 제외하면 외국통화, 예치금,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유가증권의 경우 지난해 2분기 108억300만달러(14조3258억원)에서 올해 2분기 113억900만달러(14조9968억원)로 5억600만달러(6710억원)증가했으며, 예치금은 같은 기간 1억3500만달러, 외국통화는 9700만달러 증가했다. 다만 대출금과 매입외환이 줄어들면서 외화 총자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하나은행의 외화자산은 지난 2020년 말 596억8900만달러(79조1415억원)에서 3년만에 약 11조4690억원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외화 LCR도 같은기간 120.63%에서 150.2%로 올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타행 대비 외화 자산의 규모가 큰 상황을 고려해 환율상승 및 대외환경 변동에 따른 외화가용자금을 일정 이상 수준으로 상시 대비하고 있다"라면서 "LCR비율을 높게 관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