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NH농협금융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건물을 따로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등 수년째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적은 드러내지 않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디지털 성과를 IR자료에 포함시켜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사진=NH농협은행)
센터 구축부터 조직 혁신까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전사적으로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이석준 농협금융회장은 신년사 등 공식석상에서 반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언급하면서 의지를 되새겼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당시 2080㎡ 규모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세웠다. 해당 센터에는 디지털R&D(연구개발)센터와 핀테크혁신센터가 위치해 있으며, 디지털R&D센터에서는 농협은행의 자체 디지털 연구개발 총괄 공간으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을 발굴해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이듬해부터 NH농협 디지털금융 시스템 개편 마스터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의 마지막단계인 플랫폼 전환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해당 사업은 디지털뱅크 구현을 위해 오는 2025년 2월 은행 및 상호 디지털 금융 전 시스템을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협은행 IT부문 입찰 공고에 따르면 2년간 진행될 이번 사업의 예산 규모만 938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오는 31일까지 마감하는 농협의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전자약정서 솔루션 도입 입찰의 경우 4억9500만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앱 서비스를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앱 서비스 종료도 예정돼 있다. 농협은행은 NH스마트알림 앱 서비스를 올해 11월20일까지만 지원하고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으로, 알림서비스는 NH스마트뱅킹, NH올원뱅크, NH콕뱅크에서 이용할 수 있다. NH스마트인증앱도 서비스도 올해 12월 서비스 지원을 멈춘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는 조직개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22년 농협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장 직속으로 DT(디지털전환)전략부를 신설해 디지털 신사업 발굴 등 전반적인 디지털 전략을 맡겼다. 올해에도 디지털전환 전담 조직에 대한 개편을 실시하면서 DT전담 부서를 각 부서 내 팀으로 전환하고, 팀을 총괄하는 DT부문을 신설했다. 또 DT부문 내에 프로세스혁신부를 신설하고, IT부문에는 IT투자융단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디지털에 대한 투자는 영업이익경비율(CIR)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자원에 대한 투자가 비용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경비율은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볼 수 있는 지표이며, 낮을수록 효율적인 경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농협금융의 2분기 기준 CIR은 37.6%다.
디지털 성과 안갯속…이유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는 농협금융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5대 금융 중 KB, 신한, 우리, 하나금융은 상반기 경영 실적에서 각 사의 주요 디지털 성과를 밝혔다. △KB금융그룹(
KB금융(105560)) 그룹 전체 플랫폼 MAU와 디지털 채널 상품 신규비율을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는 각 계열사별 MAU와 주요 금융 플랫폼 시니어 유저 MAU에 디지털 신사업을 통한 비용절감과 신사업 영업수익을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316140))은 핵심 앱의 가입고객 수와 비대면상품 가입고객수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086790))은 플랫폼 가입자 수와 비대면 상품 실적 수 등을 밝혔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금융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타사 대비 느린 앱 통합과 그에 따른 이용 고객 분산이 이유가 됐다.
NH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NH농협은행을 중심에 두고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금융권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수치는 월 사용자 평균치다. 앱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NH금융 핵심 앱 중 하나인 'NH스마트뱅킹'의 최근 1년간 평균 월 사용자 수는 622만명이다. 사용자는 올해 1월 638만명 이후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4월까지 622만명을 유지하던 사용자 수는 올해 7월 605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2월 기존 앱 대비 사용속도를 높인 농협은행의 '뉴 NH올원뱅크'의 경우에도 실적이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H올원뱅크는 출시 직후 91만명에서 지난 7월 255만 월 사용자를 기록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수치가 불안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개편을 마치고 출시된 신한은행 '쏠'의 경우 출시 직후 708만명이 사용했으며,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지난달에도 658만명이 해당 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농어촌 지역을 포함한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높은 연령의 사용자를 포용할 디지털 금융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NH스마트뱅킹의 사용자 주 연령층은 30~40대로 전체 이용자의 약 38.7%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대와 20대의 비율이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의 시니어 이용자는 낮은 비율의 이용률을 보여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 절약의 본격화를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의 경우 금융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초기 비용을 투입해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해당 부문은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힘든 만큼 단기 수치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