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메리츠화재(000060)가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차선책으로
롯데손해보험(000400)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 노조로 인해 인수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만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노조 측과 고용승계를 두고 대치 중인 가운데, 실사 과정에서 경영정상화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노조 측은 고용승계와 관련한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측은 기존 계획대로 실사 진행에 따라 경영정상화 비용을 추산한다는 계획이지만, 노조 측에선 100%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가 2000억원대에 경영정상화 비용을 1조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승계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과 MG손보 실사 과정을 거쳐 불어날 경영정상화 비용이 1조원을 크게 초과할 경우, 롯데손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사진=메리츠금융그룹
1순위는 MG손보…롯데손보 2조원대 매각가 부담
하지만 현실적으로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롯데손보 인수로 선회하기엔 부담이 크다. 메리츠화재가 노조 반발로 인한 지연에도 MG손보 인수에 매달리고 있는 주된 이유는 5000억원에 달하는 예보 지원금과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예보는 자체적으로 5000억원이라는 지원금을 산정했고, 인수합병(M&A)이 아닌 P&A 방식까지 용인했다. 이는 '매각 5수생'인 MG손보가 더 이상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MG손보의 매각가가 2000억원대에 불과한데다 경영정상화 비용에 1조원, 예보 지원금을 더하면 최종적으로 7000억원 수준에서 손보사 인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노조 반발로 인한 지연을 고려해도 동시에 매물로 나와있는 롯데손보 매각가가 2조원대로 거론되는 것과 비교하면 수지타산이 맞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매각가를 고려하면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인수금액과 별개로도 롯데손보의 수익증권 규모가 비교적 큰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상 메리츠화재가 추가적인 위험자산을 흡수하기에 벅차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손보 건전성 '걸림돌'
지난해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위험자산비중은 56.1%로 업계 평균(지난 1분기 기준 38%)을 상회한다. 특히 11조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운용자산의 29%에 달해 건전성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험자산은 주식과 출자금, 수익증권, 일반대출채권, 부동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마찬가지로 롯데손보 또한 위험자산비중이 46.0%에 달해 건전성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PF 규모가 큰 메리츠화재와 달리 롯데손보는 대출채권·수익증권 형태로 투자된 대체투자자산이 운용자산(14조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특히 수익증권이 27%를 차지하고 있어 외부 환경에 따른 투자손익 변동성이 가장 큰 손보사 중 하나다.
나아가 메리츠화재는 롯데손보 인수시 지급여력비율(K-ICS)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8월 6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지난해 3분기 K-ICS 비율을 257%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2월에도 후순위채 3000억원을 발행, K-ICS 비율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반면 롯데손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K-ICS 비율은 159.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긴 상황이다. MG손보의 K-ICS 비율은 44.4%로 이보다 훨씬 낮지만, 우량자산만 선별 인수할 수 있는 P&A 방식과 예보의 지원금을 감안하면 건전성 지표와 관※련해선 롯데손보 인수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실사 지연과 노조와의 법정 분쟁에도 MG손보 인수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다만 문제는 MG손보 노조와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 가다. 앞서 예보는 이례적으로 ‘청·파산도 대안 중 하나’라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히며 노조와의 대립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을 암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예보 관계자는 "MG노조 측에서도 법원이 가처분 소송에서 예보 손을 들어준다면 협조하겠다는 분위기"라면서도 "MG노조 내부적으로는 청·파산으로 향할 시에도 고용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고용승계와 관련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이와 관련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으나 롯데손보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