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전기차 둔화·보조금 리스크…ESS가 대안 될까
배터리 3사 4분기 AMPC 보조금 받고도 '적자전환'
CAPEX 규모 낮추고 투자시기 조절…ESS·LFP 등 사업 확대
공개 2025-0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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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미국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배터리사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AMPC 보조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따라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재무적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배터리사들은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온 부스 찾은 배터리 업계 대표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배터리 3사 모두 영업적자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AMPC 혜택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적자로 전환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AMPC 혜택 3773억원을 받았지만,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006400)는 249억원의 세액 공제를 받았음에도 2567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은 813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았지만 3954억원의 손실을 내 당초 예상했던 규모(-2000억원대)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전방산업이 고전을 지속하면서 배터리 업계도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가 줄자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를 조정했고, 이에 배터리 출하도 줄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여기에 메탈가 하락에 따른 역래깅(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과 고정비 부담 증가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겹쳤다.
 
고환율 장기화도 배터리 업계에선 재무부담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1400원 초중반 선에서 횡보 중이다. 해외 사업 비중이 큰 배터리는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업종 가운데 하나지만, 외화 부채와 해외 투자금도 함께 높아진다.
 
올해 실적 개선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올해 시행되는 자동차 탄소 배출량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기차 구매를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AMPC는 배터리 셀 1kWh당 35달러, 모듈당 10달러를 지원하는 제도로, 배터리 제조업체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미국이 AMPC 보조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게 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AMPC 완전 폐기는 어려울 전망…사업 다각화로 '대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IRA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요건을 강화하거나 지급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보조금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가운데, 배터리3사가 미시간, 테네시, 조지아, 인디애나 등 주요 경합 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일부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더라도 완전한 폐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원석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당장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련된 세액공제가 중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세액공제 지급 조건을 강화하거나 지급 시점을 변경하는 등의 시행 세칙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보조금 혜택을 줄여 예산을 감축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당초 배터리 3사는 올해도 적지 않은 규모의 AMPC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AMPC 가이던스로 2조3000억~2조5000억원을 제시했고, SK온도 약 1조원, 삼성SDI는 5000억원 이상의 혜택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조금이 축소되면 기대했던 수익성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전년 대비 3조원가량 줄일 계획이며, 삼성SDI 역시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축소하거나 투자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온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를 신중히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APEX 축소만으로는 전방산업 악화와 미국의 AMPC 보조금 축소 움직임 등의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이차전지를 넘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배터리기업들도 기존 이차전지 사업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ESS, LFP,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하는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ESS 같은 경우는 시장 성장성도 좋을뿐더러 가격 경쟁력이 높고 마진율도 좋아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ESS를 이미 납품하고 있고 SK온은 아직 개발 단계이다. 이미 판매 중인 2개사는 전체 매출의 7~15% 정도가 ESS향"이라며 "매출 비중을 다각화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순차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림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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