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오토모티브, 차입금 눈덩이로 불었는데…CB 풋옵션 '압박'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3452억원…현금성자산 대비 4.3배
최근 주가 하락으로 8회차 CB 25억원 풋옵션 발생
멕시코에 대규모 자금 투입했지만…당장 매출 기대 어려워
공개 2025-0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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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서진오토모티브(122690)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수십억원 규모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되면서 유동성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진오토모티브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단기차입금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대비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주가 하락에 따른 풋옵션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후 추가적인 풋옵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사진=서진오토모티브 홈페이지 갈무리)
 
25억원 규모 전환사채 풋옵션 발동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서진오토모티브 투자자들은 25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번에 풋옵션이 행사된 CB는 2022년 발행된 제8회차 CB로, 만기 시점은 2027년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주가 부진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면서 25억원을 사채 만기 전 취득하게 됐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236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1800원대로 500원가량 낮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보다 차라리 현금 회수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25억원 조기상환이 전체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규모는 아니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진오토모티브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729억원의 현금성자산과 66억원의 기타유동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만 3452억원에 달해 전반적인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이 유동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자산 대비 4.3배 높다. 이 시점 서진오토모티브의 유동비율은 75.95%로 적정기준인 100% 이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무려 439.32%로 적정기준인 200% 이하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서진오토모티브의 차입금이 3000억원대가 넘어간 주요 원인은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있다. 서진오토모티브는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하이브리드 차량 핵심 부품인 하이브리드 댐퍼(Damper)와 로터 어셈블리(Rotor Assy)를 생산하며,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공장에 납품할 예정이다. 해외 법인 설립 결정에 따라 회사의 차입금 규모는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이브리드 댐퍼 수주를 2023년 받은 뒤 그때부터 부지를 사고 공장을 짓고 설비를 사는 등의 부대비용이 들어가다보니 차입금 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법인 당장 수익 기대하기 어려워 
 
이뿐만이 아니다. 서진오토모티브는 세코모빌리티(구 한국야스나가)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세코모빌리티는 일본의 차 부품사인 야스나가의 한국법인을 전신으로 하는 곳으로 지난 2011년 3월 설립됐다. 전북 익산시 삼기면 외국인부품소재 공단에 공장을 세우고 한국GM에 크랭크 샤프트, 커넥팅 로드 등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한국야스나가는 지난 2022년 11월 서진오토모티브에 과반 이상의 지분을 넘기고 철수했다. 서진오토모티브가 지분 56%를 매입하며 세코그룹의 일원이 된 만큼 사명도 현재의 세코모빌리티로 변경됐다. 당시 서진오토모티브가 세코모빌리티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한국야스나가의 거점인 익산공장이 외국인부품소재 공단 내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익산시에서 외국인부품소재 공단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서진오토모티브가 세코모빌리티를 완전 자회사화 하는 절차가 조금 더 손쉬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단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서진오토모티브의 잔여 지분 인수는 별다른 걸림돌 없이 성사될 전망이다.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서진오토모티브가 장자강 쟈후이 오토 파츠가 보유하고 있는 세코모빌리티의 지분 44%를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예상되는 인수 금액은 약 12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향후 세코모빌리티의 친환경차 부품 생산 거점화를 위한 추가적인 설비 투자 및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회사의 차입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현재 서진오토모티브가 발행한 전환사채 중 미상환된 CB도 100억원 이상이 남아 있다. 제8회차 전환사채가 23.7억원, 제10회차가 81억원 규모다. 특히 제10회차 CB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대거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추가적인 CB 풋옵션이 발동될 경우 회사는 단기적으로 수십억원 이상의 현금 유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진오토모티브는 우선 자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조기상환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진오토모티브의 경우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거래처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멕시코 법인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실적 가시화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이 올해 연말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멕시코 법인은 올 연말 가동 예정으로 당장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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