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유동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본사 사옥 매각이 아닌 '상장리츠(REITs)'를 통해서다. 앞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은 대신증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진출을 위한 첫 걸음으로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회사 배당 등으로 자본확충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매각보다는 유동화로 방향을 틀었다. 금리 인하로 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그룹 첫 상장리츠가 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사옥 매각 실패…상장 리츠로 전환
12일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추진하는 ‘대신밸류리츠’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확인됐다. 리츠정보시스템에 제출된 투자신고서에 따르면 상장리츠인 ‘대신밸류리츠’는 본사 사옥인 '대신343'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대신밸류리츠사모제1호’를 편입하는 모자(母子)형 구조로 나타났다. 대신343을 품은 사모리츠를 다시 '대신밸류리츠'에 담는 방식이다. 대신밸류리츠는 새해 초 투자유치를 거쳐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 중이다.
자금은 오는 2025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모집키로 했다. 1차로 새해 3월 사모 모집으로 보통주 3368만주(1684억원), 전환사채(CB) 1338만주(669억원) 등 총 235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어 6월 공모로 2018만4800주를 발행해 1009억원을 추가 조달한다.
그룹 차원에서의 공모 리츠 보통주에 지분 출자도 진행한다. 핵심 계열사인 대신증권이 CB를 인수할 예정이다. 공모 후 보통주 전환 이후엔 대신증권이 약 2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현재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지분투자에 나설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사진=대신증권)
앞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작년부터 대신증권의 종투사 진출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1007억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배당 4800억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437만2618주를 발행해 2023년말 기준 종투사 신청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그룹 사옥인 대신343 매각도 주요한 방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이 올 한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옥 매각이 외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대신343은 지상 26층, 지하 7층 연면적 53,369.3㎡ 규모의 오피스 건물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해 중심업무지구(CBD)와 강남지역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지난해 8월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올해 NH아문디자산운용과도 매각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과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사옥 품은 리츠, 금리 인하에 달려
상장리츠는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효과적으로 유동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아 자금조달 대안으로 떠올랐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배당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리츠는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평균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리츠 TOP10 지수’는 743.81에 마감했다. 최근 소폭 오름 추세기는 하지만 지난 9월 20일 874.94를 기록한 이래 2달 넘게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보다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업 자금 창구로서 쓰이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올 하반기 상장 리츠 7종목이 유상증자를 결정하거나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산 편입이 이뤄진다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주가 희석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걸림돌이 됐다.
다만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반전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면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 이에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의 저평가가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주요 리츠가 유상증자를 진행해 수급 부담이 가중된 한편 정치적 이슈로 인한 증시 하락과 맞물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하지만 정부보다 한국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단계적 금리 인하와 함께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