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 연말 금리 인하 전망…시장은 낙관부동산 PF 리스크 현실화 속 내년에도 부동산은 숙제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도세·금투세 이슈 시장의 주목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기록적인 위기 속 실적 흉년을 견뎌야 했던 증권업계는 2024년 호재와 악재가 겹치는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과 함께 주식 시장의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연말까지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증권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뽑힌다. 한편,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 발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법률과 제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자산가치 변동성 주목
올해까지 금융시장을 괴롭힌 고금리가 내년부터는 한결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글로벌 경제 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기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현지시간으로 12월13일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별로는 미국은 2분기부터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 4% 중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도 내년 2분기부터 인하를 시작해 3% 초중반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중국은 이전 금리 인상이 저조했던 만큼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전망됐고, 일본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소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채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년 1월 국내 시장금리 전망에서도 채권전문가 10명 중 6명은 내년 1월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024년 1월 채권시장지표‘란 조사 보고서에서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 58%는 내년 1월에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12월 전망 조사에서 나온 3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3회 실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여파로 해석된다.
올해 한해 증권가를 괴롭혔던 고금리 이슈가 잦아들자 증권가가 내년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 등의 요인을 고려해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대와 정부의 증시 부양책 효과 등으로 증시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정책 효과 소멸 등으로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간 코스피 변동 범위를 기존 2200∼2650p에서 2300∼2750p로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도 "미국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로 의견을 바꾼 상황에서 주식 시장의 하방 경직성이 담보될 것"이라며 내년 1월 코스피 변동 범위 하단을 기존 2400p에서 2450p로 올렸다.
부동산 이슈는 2024년에도 풀어야 할 숙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 강화와 그로 인한 증시 회복이 예상되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히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뽑힌다. 최근 도급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해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009410)이 지난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조건으로 만기 연장이나 부채 탕감 등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태영건설의 금융권 대출은 7000억원 내외인 반면 PF 보증은 11월 말 기준 3조89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가시화함에 따라 부동산 관련 리스크는 2024년에도 여전한 증권업계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 부실화에 따른 건전성 지표 악화와 기업금융(IB) 부문에서의 부동산 관련 딜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그 부담감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는 2024년 증권업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인한 증권업계 부동산익스포저의 부실과 최종 손실인식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증권업계 보유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 관련 건전성 지표에서 상당한 착시효과가 존재한다”라며 “특히, 브릿지론의 경우 본PF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연장이 이루어져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의 우려가 존재하고 부동산펀드의 경우 평가손익과 만기 시 최종 손실규모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됐다.
비슷한 시기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의 마진 축소와 채무 보증 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전망했다. 증시 회복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리스크 관련 비용 부담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건전성 저하와 충담금 부담으로 IB부문의 수익성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신규 투자 유치와 금융자문과 주선 등 추가적 사업 성과에서도 저조한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정책 변화·시장 반응 주목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시장의 상황과 함께 오는 2024년 총선과 맞물려 국내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새로운 법률과 제도 변화도 주요한 이슈로 주목된다. 2023년 말 공매도 금지와 더불어 현 정부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가장 큰 시장 원칙으로 삼아 새로운 법안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양도세 과세 법령 개정안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문제다. 여야는 현재 해당 사항에 대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어 제도 변화와 안착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현재 상장주식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기준으로 종목당 지분율이 1%(코스닥 2%·코넥스 4%)를 넘거나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분은 20%,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과세 중이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은 지난 2000년 종목당 100억원으로 시작됐으나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점차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억원으로 낮아진 기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선 연말 과세대상 기준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며 기준 금액의 상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어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호응으로 양도세 개정안은 28일부터 공표돼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을 2023년부터 2년간 유예한 금융투자소득세 파기여부도 시장의 주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각종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법안이다. 만약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얻으면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얻는다면 25%의 양도세를 부과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연말 여야 협의를 거쳐 2년을 유예했고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주도의 양도세 완화 법안이 통과되자 야당이 일방적 합의 파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맞대응 카드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철회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양도세 완화법안 통과에 대해 "장관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 직전 시점에 상위 0.05%를 위한 부자 감세를 단행한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무시한 윤석열 정권의 인사와 경제 정책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투세를 2년 유예하는 조건으로 양도세 (완화) 조항도 내년까지 시행하지 않는 걸로 돼 있었다. 그게 지난해 여야 간의 합의 사항”이라며 “정부가 국회와 협의 절차 없이 그냥 깨버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세입이 더 줄어들게 되는데 대책은 하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