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SBI저축은행은 올 들어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를 대폭 줄이는 등 선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아울러 새롭게 김문석 대표 단독체제를 출범시켜 성장보다 안정이라는 기치 아래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와 함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법 작업대출 중징계를 받아 신사업과 지주사 전환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익성 감소 추세에 판관비 규모도 대폭 줄여
22일 저축은행별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신한·모아)의 판관비 규모는 전년도 같은기간(2271억원)에 비해 8% 감소한 208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판관비가 줄어든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전년동기(451억원)보다 27%나 감소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두 자릿수 감소폭을 보인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16% 감소한 195억원)과 상상인저축은행(15% 줄어든 47억원)이 있으나, 판관비 규모 자체가 SBI저축은행보다 작은 곳들이었다. 판관비 규모가 가장 큰 경쟁사인 OK저축은행의 경우엔 8% 감소한 460억원으로 파악됐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판관비 규모를 줄인 이유로는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3889억원)보다 8% 감소한 3569억원, 순이익이 전년(3495억원)보다 6% 떨어진 3284억원으로 하향세를 나타냈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판관비 가운데 급여와 퇴직급여를 합한 인건비 감소가 특히 눈에 띈다. 급여는 전년동기(178억원)보다 48.9% 감소한 91억원이었고, 퇴직급여는 전년동기 16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8억원으로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은행업권 전체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및 연체율의 상승이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 1위마저도 비용 절감을 위해 선제적으로 직원 수를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올 들어 2015년부터 이어왔던 각자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김문석 단일 대표 체제를 가동하는 큰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65년생으로 1991년 삼성카드에 입사 후 인력개발팀,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쳐 2007년 두산캐피탈 인사팀장, SBI저축은행 부사장(2020년) 등을 두루 역임한 인사통으로 꼽힌다. 그간 성장 위주의 경영을 이어가던 회사가 안정 추구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취임사에서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이자비용과 충당금이 불어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96.3% 감소한 37억원, 순이익 또한 전년동기보다 95.9%나 급감한 3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던 자산건전성 역시 나빠졌다.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전년동기(2.45%)보다 1.33% 증가한 3.78%를 기록했다. NPL 비율은 총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며, 이 비율이 높을수록 돌려받지 못할 대출이 늘어나 자산건전성이 악화했다고 판단한다. SBI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10대 저축은행 평균인 4.87%보다는 안정적이지만, 2019년(3.4%) 이후 2%대를 유지하던 비율이 처음으로 3% 후반으로 오른 것이다.
(사진=구글지도 캡처)
또 하나의 악재로 떠오른 '작업대출' 중징계
SBI저축은행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를 맞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작업대출을 벌인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5개 저축은행(SBI·OK·OSB·애큐온·페퍼)과 임원들에 대해 징계를 확정했다. 금감원장 결재가 이뤄지면 최종 결정된 징계 내용을 확정 통보받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작업대출'은 사업자등록증, 소득증명서류, 재직증명서 등 대출 신청자 정보가 기재된 서류의 위·변조를 통해 불법으로 대출을 시행하는 영업방식을 뜻한다. 총량제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성행한 것인데, 특히 개인 부동산 담보대출 희망자 등을 자영업자로 위장해 대출을 부당하게 시행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SBI저축은행은 중징계인 '기관 경고' 제재를 받게 됐다. 작업대출 규모가 크고 고의성이 짙다는 이유다.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 정지, 시정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로 나뉘는데 기관 경고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2월 SBI저축은행은 2013년 SBI홀딩스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보통주 1주당 353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해 94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한 바 있다. 1조3000억원에 달하던 결손금을 모두 해소하고 수익성이 커졌다는 의미였다. 이에 배당금의 일부를 신사업 확장과 국내 사업에 재투자 자금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업계에서의 평판뿐만 아니라 10년 대계를 진행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 경고를 받은 저축은행은 통상 1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사업 인허가를 내줄 때 과거의 조치 내용 등을 따져보게 되겠지만 기관 경고를 받으면 1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받을 여지가 높다"라면서 "다만 기관 경고가 확정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징계 건과 관련해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감원 제재심에서 관련 징계가 확정된 것은 파악되지만 아직 정확한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징계 결정에 따라 관리부실 책임을 지고 충실히 관련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향후 1년간 신사업 진출을 할 수 없겠지만 신사업 확대와 지주사 전환 등은 1~2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당장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