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은행이 최근 5년간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점포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에 실적까지 올려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생산성 1위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고충과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성은 기자)
본점만 좋은 점포 줄이기…하나은행 감소율 최고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4대 은행은 대대적인 영업점 정리에 들어갔다. 본점은 비용절감 목적과 디지털 도입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경영 전략 변화라지만, 고객과 영업점 직원은 반갑지 않은 눈치다. 시중은행 영업점이 줄어든 탓에 영업점 근무 직원과 고객들은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영업현장의 과중한 업무로 직원들의 야근이 빈번한가 하면, 동료 직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산 휴가도 최대한 늦게 들어간 사례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은행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을 겪는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4대 은행 모두 점포수를 대폭 줄였지만 특히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점포수를 줄였다. 26일 각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시중은행 영업 지점수는 국민은행 731개, 신한은행 629개, 우리은행 633개, 하나은행 549개로 총 2542개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돼 해당 기간 가장 많은 점포가 폐쇄됐다.
하나은행은 2018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22%의 점포를 폐쇄했다. 시중은행 중 3사가 평균 약 18%의 지점을 폐쇄한 것에 비해 4%p 높은 감소율이다. 하나은행의 점포 폐쇄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 지점은 오히려 늘었지만 국내지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 1분기 국내지점 689개, 해외지점 16개를 합친 705개의 영업점을 운영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549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진 것은 2020년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총 40개의 점포가 줄어 총 점포수의 앞자리를 바꿨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은 531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3개월 새 1개 점포를 줄여 국내 고객들은 530개의 지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은행 점포 순위 1위인 국민은행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영업점 722개 보다 192개 적은 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점포폐쇄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고, 시중은행도 어느 정도 점포 정리가 됐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현재는 영업점 감소가 예정돼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ROE·충전이익 오름세
하나은행은 현장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는 뒤로한 채 점포 줄이기로 수익성과 생산성을 손에 거머쥐었다. 점포줄이기 등 비용 감소의 효과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충전이익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020년 하나은행의 ROE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 여파로 전년 대비 감소한 7.38%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8.99%로 전년 대비 1.61%p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10.83%로 상승한 것에 이어 올해 1분기 13.13%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하면 5년 새 4.79%p가 올랐다.
충당금적립전이익(충전이익)도 증가했다. 충전이익은 판관비 등 지출 비용을 차감한 뒤 대손충당금을 제외하기 전 금액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은 4조5307억원의 충전이익을 쌓았다. 직전연도인 2021년 말 3조4998억원에 비해 1조309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이 충전이익을 직원수로 나누면 1인당 생산성을 볼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직원은 1만1753명으로, 5년새 1400여명이 줄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1인당 생산성은 약 3억6000만원을 기록해 4대 은행 중 1위를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직원 1인당 약 1억4000만원을 더 생산했다. 충전이익을 증가시킨 데다가 점포폐쇄, 임직원 감소 등 비용을 관리한 것이 생산성 1위의 기반이 됐다. 올해 1분기에도 1조3211억원의 충전이익을 쌓아 직원 한명 당 약 1억1100만원을 생산했다.
지점 통폐합으로 인한 고충의 목소리를 온라인 상에도 찾을 수 있었다. 하나은행의 한 지점 근무자는 "고객 많은 지점이면 일이 많아 바쁘고, 영업 압박이 타 은행에 비해 강한편"이라면서 "화장실 참느라 방광염 안걸려 본 직원이 드물 정도"라고 고충을 밝혔다. 또 하나은행을 이용 중인 한 고객은 "4시간째 대기 중인데, 이건 행원에게도 손님에게도 고문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반응들로 인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점포 폐쇄를 이용해 비용 감축을 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초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거나 신규 채용 창출을 줄여 비용을 절감해 ROE를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금융위원회도 지난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1년 내 3개의 영업점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