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 이어 이니스프리도 입점…올리브영 입점 여부 따라 매출 달라올 1분기 에뛰드 매출 8.8% 상승…같은 기간 이니스프리 7.1% 감소올 1분기 기준 직·가맹점 363개…2020년 831개 대비 3년새 '반토막'
대표 멀티 편집숍인 CJ올리브영이 등장하면서 로드숍 브랜드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한 곳에서 뷰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에 소비자들이 멀티숍으로 움직이며 로드숍 가맹점 수는 급감하고 있다. 반면 CJ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는 올라가는 편집숍의 인기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가맹점주와 갈등을 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원스토어숍 침체에 따른 화장품 업계의 생존전략과 가맹점과 기업 간의 갈등 문제를 <IB토마토>에서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에뛰드하우스에 이어 이니스프리까지
CJ(001040)올리브영에 입점시키면서 판매 전략이 가맹점에서 멀티숍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CJ올리브영이 화장품 주요 유통채널 중 하나로 급부상하면서 가맹점 중심으로는 성장세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온라인 판매 확대뿐 아니라, 대형 멀티숍에 수요자들을 뺏긴 가맹점주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구글 갈무리)
에뛰드 매출 늘고 이니스프리 줄었다…올리브영 입점 차이?
16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뛰드의 매출액은 2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46.2% 증가한 53억원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이는 면세·오프라인 채널의 효율화와 신제품 판매호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1년 에뛰드 매출액은 2020년 1113억원을 기록한 이후 오프라인 매장 재정비 등 영향으로 1056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전년 대비 5.1%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영업손실은 온라인 매출 비중 확대와 매장 축소로 인한 고정비 절감 효과로 180억원에서 96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됐고, 매출액도 0.3% 소폭 증가했다.
에뛰드는 2020년부터 CJ올리브영 입점과 온라인쇼핑몰 확대에 나서면서 가맹점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갔다. 2020년 174곳에 이르던 가맹·직영점 2021년 113개로 60개가 줄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이제 직영점 1개와 가맹점 57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시 로드숍 시장의 쇠퇴와 올리브영 등 헬스앤드뷰티(H&B) 시장의 성장 등 오프라인 시장이 재편된 여파로 풀이된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2016년 2조81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1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2014년 7000억원 규모였던 H&B스토어 시장은 2018년 2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CJ올리브영 매출만 2조7809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그룹사 브랜드라도 올리브영 입점 여부에 따라 매출 성장률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액 6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이니스프리 역시 2020년 657개의 가맹·직영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21년 535개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직영점 1개와 가맹 304개로 총 305개의 매장만을 보유 중이다.
다만,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67.5% 증가했다. 업체 측은 중국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와 기능성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 이커머스 확대를 통한 채널 믹스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전환·올리브영에 치이는 가맹점 '나홀로 감소'
아모레퍼시픽측은 이니스프리의 올리브영 입점 이유를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 매력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기존 가맹점을 포함한 모든 채널에서 이니스프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가맹점주만 등골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도소매업 중 화장품 매장만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화장품업종의 경우 온라인 판매의 확대 등으로 2018년 3407개, 2019년 2876개, 2020년 2018개, 2021년 1588개로 줄었다. 2018년 대비 4년새 절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반면 전체 도소매업종의 가맹점수는 2021년 직전연도 대비 4.7% 증가했다.
이에 2019년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브랜드 아리따움의 가맹점주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몰 운영과 헬스앤뷰티 스토어 진출로 폐점 점포가 늘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디지털 전환과 에뛰드의 올리브영 입점이 이뤄지던 2020년 당시에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정책으로 인해 가맹점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2조 4항을 근거로 들어 그룹의 공격적인 온라인 판매 정책이 가맹점에 귀속돼야 할 이익을 빼앗아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39개 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020년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주 고통이 심화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문제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 소극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점주단체 파괴행위는 계속되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화장품 업종 가맹점주들의 폐점은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착한 프랜차이즈 운동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한정적·일시적·시혜적 혜택에 그칠 뿐"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최근 이니스프리의 올리브영 입점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전국화장품가맹점연대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연락이 닿는 이니스프리 점주가 없어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니스프리는 가맹점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상생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직영몰 수익을 가맹점주와 공유하는 ‘마이샵’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가맹점을 지원한 것 등이 그 예다. 아리따움몰에서 발생한 수익의 25%를 가맹점주에 공유하는 제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프라인 가맹점은 여전히 이니스프리의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이며, 앞으로도 회사는 가맹점을 보호하고 상생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가맹점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가맹점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