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AI)④방산도 AI 국산화 전쟁…기술 내재화 본격화
방산AI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국경 넘나드는 협력 확대
AI 국산화 시 기술료, 수출 등에서 경쟁력 강화 기대
AI 기술 자립도 높이기 위한 SI 투자도 지속
공개 2025-11-2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5일 15:0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무역이 점차 블록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중심축도 기존의 비용과 효율성에서 지정학적·경제안보적 선택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는 곧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의 경영 환경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은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불량률 감소를 통한 낭비 최소화, 생산성 향상 등으로 지정학적 제약이 초래하는 비용 부담을 완화할 핵심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우리 제조업의 AI 도입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산업별 경쟁력 변화와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무인화 등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국산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산AI가 발전한 해외 기업과의 협업 시 조속히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동맹국 사이에도 핵심 기술 이전이 제한될 수 있고, 비용 문제 등이 엮여 있기 때문에 결국 국산화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국내외 민간 AI업체의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는 등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KF-21 전투기.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KAI)
 
방산 AI 급부상…활발한 연구개발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AI 기반의 유·무인 무기체계 연구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AI는 군사 부문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어 글로벌 방위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 등이 방산AI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팔란티어, 중국의 딥시크가 방산 분야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5-’39 국방기술기획서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 체계 연구과제 86건이 선정되는 등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AI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KAI)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등 6세대 전투기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NACS의 핵심은 AI 파일럿이다. AI 파일럿은 무인기에 탑재되어 유인 전투기와 편대를 이뤄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한화시스템(272210)은 전투용 무인수상정 체계 및 대공방어용 전장 상황인식 AI 모델 등 다양한 AI 무기체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서울대,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IT업체 및 대학들이 참여한다.
 
해외AI 업체와 손잡을 경우 빠른 기술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핵심 기술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팔란티어, 안두릴 등 미국 AI 업체들이 국내 방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방산 전문가들도 방산AI의 지나친 해외 의존도를 경계하고 있다. 
 
방위산업은 동맹국 사이에서도 핵심 기술의 유출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라 국산화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미국 등이 수출승인 제도를 통해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례로 KF-21에 탑재된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는 원기술 보유국인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에 따라 양산 일정 연장 등이 불가피했다. 결과적으로 AESA 레이더는 국산화에 성공해 KF-21의 국산화율(65%) 상승에 기여했다.
 
 
 
국산화통한 가성비 경쟁력…국내 AI 투자 확대
 
방산AI의 국산화는 수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방산물자 생산 시 부과되는 기술료를 낮출 수 있어서다. 방위사업 관련 법규 등에 따르면 기술료는 연구개발 결과를 사용하는 대가로 사용자가 연구개발 결과의 소유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기술료는 일종의 기술 로열티로 생각하면 쉽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료는 방산 물자 금액 당 일정 비율로 책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수출 물량이 많을수록 기술료 액수도 커진다. 통상 해외 방산 기술에 대한 면허(라이센스)를 취득해 내수용 방산 물자를 생산할 경우 판매 가격의 3%, 해외 방산 기술을 활용해 방산 물자를 수출할 경우 판매 가격의 5%가 기술료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별 계약에 따라 기술료 요율은 달라질 수 있다. 해외에 지급하는 기술료 액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일부의 경우 요율이 높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최근 방산시장에서는 현지 생산 등이 수출 조건으로 붙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수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산AI 국산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기술 국산화율은 방산 기술 선진국 대비 낮다. 이는 국내 방산업체의 원가 관리 능력이 해외 업체에 비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방산AI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AI 업체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방산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AI기업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KAI는 젠젠AI, 펀진, 코난테크놀로지(402030) 등 다양한 국내 AI기업에 SI로 참여하고 있다. 포트투마루, 인피닉 등 방산AI 업체들은 금융권으로부터 다수 투자를 받고 있으며, 삼성SDS 등 대기업도 직접 방산AI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방산AI 기술 영역에서 자주국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IB토마토>에 “AI가 무인화 및 스마트 전장 등 미래 국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데, 방산AI 고도화에 들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팔란티어, 안두릴 등 미국 업체와의 적극적으로 AI 협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AI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통해 방산 소프트웨어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국내 방위산업의 숙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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