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고려저축은행이 수장을 교체한 지 1년이 다 돼 가면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시중은행 출신인 이은우 대표가 자리에 앉은 만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고금리 등의 상황이 맞물려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았던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 성적은 물론이고 1분기 추정 실적도 호실적이라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사진=고려저축은행 제공
이은우호 출항 1년…규모 성장했지만 수익성 악화
지난해 6월 고려저축은행은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이종수 전 고려저축은행 대표의 임기가 1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나고 이은우 전 우리은행 기업여신팀장이 선임된 것이다. 지점장을 거치고 기업여신팀장을 역임했던 이 대표는 시중은행 출신 대표로서 신용리스크 확대에 선진적인 금융기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태광그룹의 기대를 샀다. 특히 임원추천후보위원회는 이 대표를 공익성과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총자산과 총여신 규모는 합격점을 받았다. 8일 고려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총자산은 1조5986억원, 총여신은 1조201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306억원, 1655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과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대비 급격히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은우 대표 취임 당해인 지난해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졌는데,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년인 2021년 말 기준 357억원에서 적자 전환해 당기순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이익률은 –0.09%, 자기자본이익률은 –0.49%를 기록해 지난 2021년 각각 3.09%, 16.71%를 기록한 것에 비해 수치가 대폭 떨어진 모습이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12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순이익 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전환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총자산이익률은 0.52%, 자기자본이익률은 3.17%로 수익성 악화 이전인 2021년 수준의 반의 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산건전성에 켜진 빨간불도 여전한 상황이다. 고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21년 4.45%를 최저점으로 지난해 말 4.75%까지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4.91%로 상승했다.
디지털 강화 초점 맞춰 실적 반등 노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모두 이은우 대표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고려저축은행은 디지털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모기업인 태광그룹은 그룹 계열사에 10년간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금융 부문에는 2조원을 투자할 예정으로, 고려저축은행의 금융 플랫폼 및 정보보안시스템 고도화 작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고려저축은행 금융플랫폼 개편 사업 추진 일정. 사진=고려저축은행 제공.
지난 3월에는 본격적인 금융플랫폼 개편 사업을 위한 첫 발도 디뎠다. 8일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따르면 고려저축은행은 모바일 금융환경의 확장에 대응하고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강화한다.
특히 대출한도조회와 대출신청 UI·UX를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가망고객을 늘릴 예정이다.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디자인 요소도 일관성 있게 통일해 브랜드 인식도를 증대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선보인 모바일 앱 고뱅크도 개선된다. 고객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앱 내 메뉴 순서를 편집, 회원가입 및 상품 가입 프로세스 간소화 등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번 개편사업은 오는 10월 오픈을 목표로 추진된다.
고려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고금리의 여파 등 업계 전반 상황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저하됐다"라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고뱅크 앱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반영하고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