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건설(000720)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부문에서 1조원을 넘겼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서울 '대어급'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수주를 통해 5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 사옥. (사진=현대건설)
24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기준 올해 도시정비사업 부문 수주 금액 총 1조58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조9585억원) 대비 68.1%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일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과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 구미 형곡4주공 재건축, 울산 중구 B-04 재개발 등 4건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1조 클럽' 가입했지만 업계 2위 기록 중
포스코이앤씨(2조606억원)에 이어 해당 부문에서 업계 2위를 기록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달라진 양상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내내 그야말로 '광폭 수주'를 이어가 연간 총 9조3395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고 기록임은 물론이고, 지난 2015년
GS건설(006360)이 달성한 업계 최다 수주액(8조100억원) 기록 또한 갈아치운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선별 수주'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단지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시공사 선정에 나선 단지 수 자체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라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조합도 사업 추진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서울시 내 정비사업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7월부터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크게 당겨진다. 업계에서는 기존보다 시공사 선정이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지는 만큼, 사업비 조달 및 인허가 등 사업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공개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내 정비사업 추진 지역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16곳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게 되면, 유찰과 수의계약이 빈번했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대형건설사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 목동, 압구정 등에 위치한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대형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와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 주요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건설사들의 경쟁이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 성수1·2·3·4지구, 동작구 노량진1구역 등도 주요 건설사 중심으로 눈독 들일 만한 곳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사업 수주 경험에 브랜드 파워 갖춰 '유리'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도 이미 연초부터 서울권 대어급 단지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대규모 단지 수주 이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지난해 현대건설의 수주 내역만 봐도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7660억원),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1조2766억원), 과천 주공8·9단지 재건축(9830억원),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8872억원) 등 조 단위 사업을 대거 따냈다.
또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실시한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평판 2023년 4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디에이치'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DL이앤씨(375500)의 '아크로', 3위는
대우건설(047040)의 '푸르지오 써밋'이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국내 주택사업을 수주해 왔다"라며 "이를 통해 연간 10조원 내외의 매출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단지 수주 경험과 브랜드 파워 등을 앞세워 현대건설이 하반기 적극적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 1위 자리를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에 오른 바 있으며, 올해도 1위를 차지한다면 5년 연속 1위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하반기 입지가 좋은 사업장을 선별해 우량사업 위주로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