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협이 금융취약계층을 챙기는 상생경영의 일환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지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은행의 경우 디지털금융을 표방하며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반면, 신협은 금융취약계층을 품는 동시에 수익성도 제고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목적과는 달리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오히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도 금융소외계층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포 증가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2019년 6709곳이었던 점포 수를 2022년 말 5800곳으로 줄인 것에 반해 신협은 2019년도 말 1654곳에서 2022년 말 1688곳으로 34곳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제 50차 정기대의원회’에서 지역 금융 공백을 신협이 메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품고 수익성 악화를 감당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점포 확대라기에는 무리인 지점도 있다. 지난 2021년 12월 개점한 전북 전주시 인후신협의 동부대로지점의 경우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농협, 새마을금고 등의 타 상호금융지점도 들어서 있다.
지난해 12월 개점한 서산신협 동문지점도 마찬가지다.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일반은행과 새마을금고, 수협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점포 개점이 수익성을 위한 선택이라고 해도 당위성이 부족해 보인다. 한라신협의 경우 지난 2019년 4월에는 법원지점을, 지난해 12월에는 연동센트럴지점을 개점했다. 2019년 법원지점 개점 후 한라신협의 판매관리비는 전년대비 5억원 늘어나 54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나 판매관리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에 반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한라신협의 2019년의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2018년 영업이익보다 약 9억원이 줄었다. 실적하락은 2020년까지 이어져 약 38억원을 찍고 나서야 2021년 반등을 시작했다.
수지신협도 지난 2019년 5월 동천지점을 개점했지만 실적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천지점 개점 전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판관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1.8% 하락했으며, 2021년에도 전년인 2020년 대비 18.2%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규제권 상호금융 중 자산건전성 꼴찌
포용금융과 수익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신협의 점포 확대 기조는 점차 악화되고 있는 자산건전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신협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2.04%에서 2022년 말 2.47%로 0.43%p 증가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52%에서 2.57%로 늘어났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모두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있는 상호금융사 중 최고 수준이다.
자본적정성을 볼 수 있는 순자본비율도 지난 2021년 말 7.05%에서 지난해 말 6.9%로 0.15%p 하락했다. 최소 규제비율인 2%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어오던 증가세는 꺾였다.
신협 내부 상황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도 변화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업권의 손실흡수능력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건전성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조합의 부동산업 및 건설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을 현행 100%이상에서 130%이상으로 상향조정한다. 특히 신협에 대해서는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의 경영개선권고 관련 규정 및 신용협동조합법 제45조 개정에 따른 하위규정도 손보기로 했다. 이번 정비로 신협의 신용예탁금 이자율 범위 기준과 실적배당상품 운용기준 등도 마련한다.
신협은 시행에 앞서 대손충당금에 대한 여력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손충당금 확대는 금융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배당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신협의 점포 증가에 비용상승과 맞물려 결국 조합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상호금융국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협 전체의 순이익과 연체율 등은 개별 조합의 수치를 합산, 평균을 내 산출하기 때문에 각 조합의 실적이 신협 전체의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협이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은 포용금융과 수익성 두 가지 경영적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만약 각 지점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신협 전체의 규모로 보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추후 신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