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중단을 선언한 증권담보대출 서비스 재개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이다. 현재 서비스 개시 일정과 대출 여력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진행된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로 자기자본 증가가 기대됐다. 이를 통해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발행어음 한도를 확대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실상 지분 구입의 형태로 진행돼 자기자본 증가는 미미했고, 올 초 시작된 증시 활황으로 인한 신용 대출 증가로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된 상태다.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에도 자기자본 증가는 미미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IB토마토)
26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중단됐던 증권담보대출에 대한 서비스 재개와 향후 일정 등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홈페이지와 온라인 거래매체인 MTS, HTS를 통해 지난 21일 오전 8시부터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이 일시 중단됐다.
한국투자증권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에 대해서 시장에선 2022년 말 기준 자기자본 6조원대의 대형 증권사의 신용대출 중단이 시장의 신용도 위험에 관한 나쁜 시그널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대출 중단은 한국투자증권의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자기자본 증가폭과 최근 증시 활황으로 인한 신용대출 증가 등 시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가 불러온 복합적인 결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자기자본 규모 이상으로 대출은 불가하다. 단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 한해서 기업금융 및 중소기업 자금 대출에 대해서만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즉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신용공여 한도도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로 자기자본 증가가 기대됐다. 하지만 당초 전망되던 자기자본 증가는 지난해 말 실적 집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은 한투밸류운용과 한국금융지주가 각각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3.18%, 4.0%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지분 이전을 위한 한도 초과 보유 주주 승인을 신청했다. 지난해 말 승인이 완료됐고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은 6조원대에서 3조원가량 늘어난 9조원까지 자기자본 증가가 전망됐다.
이예리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 12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유상증자금액인 3000억원 내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유상증자와 배당예상금액을 반영하여 6.3조원에서 8.3조원 내외로 증가하여 미래에셋증권의 2022년 9월 말 기준 9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감사보고서에선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552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조3224억원 대비 불과 2304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분 인수가 자기자본에 반영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지주사의 자금 지원이 있어야 하나 단순한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이 구입한 형태이기 때문에 기대되던 자기자본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증자와 같은 계획에서는 밝힐 수 없다”라며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은 단순히 카뱅 지분을 옮긴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자금을 지주에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상 변동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보다 크게 늘어난 개인투자자 신용대출
자기자본의 획기적인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연초 금융당국의 압박 분위기 속 신용융자 이율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시장에선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활황으로 개인투자자의 신용대출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기업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리테일 부문 신용 한도 비중이 타 증권사보다 낮았던 한국투자증권은 결국 한도 소진으로 신용대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3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17일 이후 최대치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와 2차전지 기업의 실적 개선 소식이 전해지자 약 10개월 만에 20조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2차전지주가 다수 상장된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신용잔액은 2조8062억원 급증했다. 이는 올해 개인투자자 코스닥 순매수액 6조3027억원 44.5%에 달하는 수치로 코스닥 시장의 총 신용잔액은 10조5630억원을 기록해 코스피 시장의 총 신용 잔액인 9조8688억원을 상회했다.
이 같은 증시 활황 전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14일 증권업계 최초로 이율 인하를 시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비대면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융자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0.4%포인트 낮췄다. 변경 이자율은 결제일 기준 2월 28일부터로 체결일 기준 2월 24일 신규 매수분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 신용융자 이자율은 이용 기간에 따라 4.0~9.9%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늘어나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업계 최고치인 11조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6% 증가했다. 이는 초대형 IB 증권사 미래에셋·NH투자·KB의 평균 잔고인 6조4399억원의 두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체 자금조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져 지난해 말 기준 발행어음 비중은 16.12%로 전년 대비 28% 늘어났다.
현행법상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발행어음은 조달 자금 일부를 기업금융(최소 50%), 부동산(30%) 등에 투입해야 한다. 신용공여 한도가 타 증권사 대비 높은 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 부분의 신용공여 한도를 낮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용대출 서비스 중단은 사실 증시 활황으로 인한 대출증가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라며 “현재로서는 시중 자금 흐름과 대출 한도 여력과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고객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