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세…공모주 기록 경신금리상승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IPO 시장 한파 본격화대안으로 주목받던 스팩 시장도 인기 시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바이오노트(377740)를 끝으로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막을 내렸다. 증시 활황으로 지난해 역대 최다 기업들이 상장에 나선 반면 올해는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부진하면서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대기업들도 연이어 상장계획을 철회했고 하반기로 갈수록 대안으로 주목받던 스팩 시장마저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공모주 새 역사 쓰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단군 이래 최대 IPO’로 불리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수요예측과 청약에서도 연이어 신기록을 쓰며 국내 IPO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02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 IPO 역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수요예측에서는 1경5203조원 규모의 주문이 몰려 사상 처음으로 경 단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진 일반청약 경쟁률은 69.34대 1로 집계됐다. 청약증거금으로는 114조1066억원이 몰려 기존 역대 최고치인
SK(034730)IET의 청약증거금(80조9017억원)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 날 단번에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지속적으로 웃돌았다. 상장 이후에도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강세를 보였다. 2021년 증시 호황으로 IPO 열풍이 거세게 일었는데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까지 열기가 이어진 것이다.
투자심리 급격히 위축…상장철회 역대 최대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이후 IPO 시장이 급격히 식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IPO 시장 한파가 본격화되면서 중소형기업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연이어 상장계획을 접었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무려 13개 기업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힘겹게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공모가가 낮은 수준에 형성되거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로 갈수록 IPO 시장이 더욱 얼어붙으면서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중은 2분기 15.4%에서 3분기 36.8%, 4분기 50%로 늘어났다.
통신용 반도체 설계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는 10월 코스닥 상장계획을 철회한 뒤 공모가 희망밴드를 낮춰 상장에 재도전했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또다시 상장계획을 연기하기도 했다.
IPO 공모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올해 IPO 공모규모는 모두 16조1010억원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3조2510억원에 그친다. 2021년 IPO 공모규모가 20조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바이오기업 상장 감소…공모자금도 축소
IPO 시장에서는 바이오기업의 부진도 눈에 띄었다. 올해 국내증시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13곳이다. 지난해 19개 바이오기업이 증시에 입성한 것과 비교해 31% 줄었다. 특히
보로노이(310210),
에이프릴바이오(397030),
루닛(328130) 등 절반이 넘는 9개 바이오기업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사진=pixabay)
대어급으로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노트도 IPO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몸값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이 부진했고 결국 희망밴드보다 크게 낮은 공모가로 상장을 강행했다.
이에 바이오기업의 조달자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3485억원으로 지난해(4조570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어 당장의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미래의 성장성을 기대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IPO 시장이 위축되고 투자가 깐깐해지는 등 바이오기업에 불리한 투자환경이 지속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회상장 통로인 스팩 시장도 한파
IPO시장 침체에 스팩도 영향을 받았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기업 인지도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증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IPO 시장 한파의 대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모두 45개다. 지난해(24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2015년(47개) 이후 가장 많은 신규상장이다. 또 올해부터 ‘스팩소멸합병’ 방식이 허용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존 스팩존속합병 방식은 피합병 기업이 소멸되기 때문에 업력이 사라지고 비용이 투입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사진=pixabay)
다만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상승 등으로 스팩 시장도 한파를 맞이했다. 스팩은 상장 이후 합병기업을 찾지 못해 해산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혔는데 시중 금리가 스팩 이자율을 넘어서면서 투자 매력을 잃었다.
최근 상장한 IBKS스팩21호와 NH스팩27호 등은 일반청약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일부 스팩은 상장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또 IBKS제13호스팩과 스튜디오삼익은 스팩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반발로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부결됐다. 스팩 합병안이 부결된 것은 스팩 도입 초기인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코스피·코스닥 부진에…코넥스 상장기업은 증가
IPO시장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기업 수는 오히려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는 모두 12개다. 지난해(7개)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은 2018년 21개, 2019년 17개, 2020년 12개로 하락세를 보였다. 증시가 호황이었던 2021년에는 7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12개를 기록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코스텍시스템(1월)과 코나솔(6월)을 제외한 10개 기업이 하반기에 코넥스 시장에 입성했다.
기업들은 올해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상장이 용이한 코넥스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금융당국이 코넥스 상장사의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을 낮추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IPO 시장 침체가 심화됐다”라며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IPO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