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주춤하던 수소사업에서 국내외로 매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재 수소경제가 지체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상업화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수소차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 기술개발에 정체를 맞는 가운데 시장확대로 시장선점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임태원 현대차그룹 부사장, 패트릭 허먼스펀 파운그룹 대표가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 브랜드인 HTWO(에이치투)가 최근 독일 파운그룹 자회사 엔지니어스와 3년간 약 1100기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타사에 대규모 양산 프로젝트에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미 깊다.
다음날은 현대차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이스라엘 진출을 시작으로 중동 수소전기트럭 시장 확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판매 대리점인 ‘콜모빌(Colmobil)’, 수소 생산업체 ‘바잔(Bazan)’,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소놀(Sonol)’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각 1대씩 총 3대 공급할 계획이다. 3대는 모두 4x2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으로 18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장착됐다.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상업화를 위해 분주한 것은 늦어지는 수소경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는 1200개까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보급 수소차(승용차 기준)는 2만400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 신모델이 나오지 않아 시장이 확장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부족한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실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수소경제가 글로벌 전체로 확산되며 관련 인프라가 구축으로 연료 가격 하락 기대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는 곳에 투자비를 집중하는 것보다 시간을 보며 인프라가 구축됐을 때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6월 하순경 기술 문제로 내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3세대 수소전지시스템과 넥쏘 부분변경 모델 출시 등의 양산·판매 일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예정 신차 모델의 지연 기간도 밝히지 않아 의외의 행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 105억 달러(당시 약 13조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개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IB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프로세스상 여러 가지(인프라 구축)를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현대차도 수소차 기술을 아직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상태로 생각보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경제가) 가야될 길임은 분명하고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구현하는 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며 “국가적인 지원이 지금은 꼭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