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조달해 콘텐츠 투자 등 계획했으나 무산보유 현금 45억원 불과…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등 재무건전성 미흡내년 초 차입금 상환까지…지니뮤직 실적 호조에 지원 가능성도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밀리의서재가 상장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모회사인
지니뮤직(04361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장이 무산돼 콘텐츠 투자와 신사업 추진에 투입하려고 했던 자금조달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의 경우 보유 현금 및 재무건전성 개선 시점이 더뎌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지니뮤직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밀리의서재의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45억원이며 부채비율 466.4%, 차입금의존도는 27.6% 수준이다. 내년 3월에는 차입금 50억원 만기를 앞두고 있지만, 차환 가능성은 미지수다. 만년 적자기업이던 밀리의서재는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아직 10억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최근 상장을 철회하면서 자금운영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다. 밀리의서재는 8일 금융감독원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29일 코스닥 상장을 발표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 금리 인상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면서 밀리의서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밀리의서재는 공모를 통해 430억~500억원을 조달하기로 계획했다. 밀리의서재는 조달 자금 대부분(148억원)을 콘텐츠 투자 확대에 투입하고, 신사업 개발과 투자에 100억원, 2차 콘텐츠 제작·유통에 90억원을 각각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베스트셀러 추가 확보 비용으로 올해부터 2024년까지 40억원을 사용하고, 장르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5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회사인 지니뮤직의 지원 가능성이 대두된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9월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464억원에 인수했다. 밀리의서재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KT(030200) 그룹 내 콘텐츠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때 인식한 지분 인수 의무 관련 부채는 257억원이며, 영업권은 547억원이 설정돼 있다. 밀리의서재가 547억원에 상응하는 현금흐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손상차손으로 반영될 수 있어 밀리의서재 실적 성장 추이는 지니뮤직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지니뮤직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지니뮤직은 KT 그룹 내 계열사들과 협업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3분기 매출 740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6%, 36.6% 성장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최근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와도 협업을 늘리며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구독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공동제작 오디오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가 IPO를 재추진하기 위해선 재무건전성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밀리의서재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전액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차입금의존도를 낮췄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란 분석이다. 특히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매년 발생하는 콘텐츠 투자 및 마케팅 비용 규모가 방대해 추가적인 자금조달 필요성도 대두된다. 실제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TV 광고 등 판관비로만 한 해 매출(288억원) 규모가 넘는 308억원을 투입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상장 철회를 결정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니뮤직 지원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에 관해선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신작 출시 등에 대해선 최대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