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롯데건설이 그룹 내 자금 부담만 키우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롯데건설은 계열사 자금지원을 통해 한숨 돌렸지만 계열사들은 차입금이 늘어나며 그룹 전체에 재무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건설이 짧은 기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위기설'이 소문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건설 사옥. (사진=롯데건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롯데홈쇼핑에서 1000억원을 내년 2월9일까지 3개월간 차입하기로 의결했다. 이자율은 7.65%다. 특히 롯데건설은 한 달 새 운영자금 명목으로 4차례 자금을 수혈받았으며, 그 금액은 총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롯데케미칼(011170)과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등이 각각 876억원, 861억원, 199억원을 출자한다. 여기에 같은 달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을 3개월간 차입하기로 했으며, 이달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004000)에서 3000억원을 역시 3개월간 차입하기로 의결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이는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 신용연계 유동화증권의 규모는 총 6조7491억원에 달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 유동화증권은 총 4조957억원에 달하는 등 단기적인 금융위험에 휩싸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시행사가 이자율 상승 및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이유로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지급 보증을 한 롯데건설이 대신 갚아야 한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 자금조달을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앞서 지난달 회사가 좌초 위기에 휩싸였다는 '부도설'이 유포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수조원대에 달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등의 내용이었다. 마침 롯데건설이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소문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최근까지 자금조달이 진행되면서 실제 롯데건설이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우건설(047040)과 맞붙은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의 패배 이유도 해당 '부도설'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2구역은 롯데건설이 공을 들인 만큼 수주도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라며 "패배 이유는 최근 불거진 '부도설' 말고는 없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롯데건설의 위기가 롯데그룹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을 돕기 위해 나선 계열사들이 재무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지분 인수(2조7000억원)를 위해 내부 자금 1조원이 소진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건설이라는 변수로 자금을 추가로 소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연결기준)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3000억원을 빌려준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6월 말 기준 4407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보유 현금 대부분을 롯데건설을 위해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수시평가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변경은
롯데지주(004990)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지주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변경됨에 따라,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또한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롯데건설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얘기가 더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건설 측은 최근 레고랜트 사태 등 시장의 변수로 자금조달이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기 PF 금융환경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고자 자금을 차입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