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래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염병이 환경오염에 기인했다는 원인 분석에 친환경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2030년이 되면 세계 자동차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완성차업계와 동반해 성장해야 하는 것이 부품 산업이다. 10년도 안 남은 전기·수소차 대세 시대, 우리 부품업계의 미래차 준비 상황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한온시스템(018880)은 1986년 포드자동차와 만도기계의 합작법인인 한라공조로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
현대차(005380) 쏘나타에 냉난방 시스템 공급을 시작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온시스템도
HL만도(204320)처럼 대주주가 여러번 바뀌었다. 1999년은 포드의 자회사인 비스테온으로 대부분의 지분이 넘어가 이름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바뀌었다. 2014년에는 현 사명인 한온시스템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주주는 한앤컴퍼니(지분 50.50%)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19.49%)이다.
히트펌프 시스템으로 전기차 시대 주도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한온시스템이 자동차 ‘열관리’를 하는 공조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 노하우는 미래차 산업에 큰 장점이 됐다. 전기차는 열관리에 취약해 불이 잘 나기 때문이다. 2019년 한온시스템은 캐나다 차량부품 기업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사업부(E&FP사업)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을 보다 성장시켰다.
한온시스템은 자사의 열관리 시스템 주요 제어 방식을 △한 시스템의 과도한 열 포집 △에너지 회수 △필요한 곳에 열 배분 △열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 △과도한 에너지 방출 등으로 설명한다. 2015년에는 관련 기술인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해 ‘IR52 장영실상’까지 받았다.
히트펌프 시스템.(사진=한온시스템)
히트펌프 시스템은 자동차 배터리의 폐열을 활용한 통합열관리 기술로 별도의 히터 없이 구동모터 등 전장부품의 열을 회수해 난방이나 냉방에 사용할 수 있다. 전기차의 엔진인 배터리는 스스로 열을 내지 못해 외부 온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내장형 배터리 구조로 된 스마트폰이 겨울철에 빠르게 방전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 시스템은 전기차의 폐열을 잡아 필요한 곳에 사용함으로써 주행거리를 기존 방식보다 20% 늘리고, 에너지 소모를 30~60%까지 감소시켜 주목받았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13%의 점유율로 공조분야 글로벌 2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매출처도 다변화된 편이다.
키움증권(039490)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향 매출이 50%를 넘지 않는다.(공시 기준 올 상반기 37.2%) 미국 빅3 매출 비중도 △포드 12% △제너럴모터스(GM) 6% △스텔란티스 4% 등으로 비교적 높아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수혜를 받을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향후 아우디, 포르셰, 벤츠, 크라이슬러, 지프, 스코다,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니오, 샤오펑 등도 주요 고객사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0년 한온시스템은 ‘버추얼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글로벌 이(e)모빌리티 시장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전기차 등 미래 성장사업 투자로 2025년까지 연간 매출 10조원, 친환경차 비중 4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투자금+고배당…엎친 데 덮친 격
사업전망에서 합격점을 받는 한온시스템은 유독 재무 관련해서는 신용평가사나 투자은행(IB) 업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투자금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큰데다, 고배당 정책으로 금융비용 지출이 줄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출은 2018년 5조9376억원에서 2021년 7조3514억원으로 3년 만에 23.8% 증가했다. 동기간 당기순이익은 4338억원에서 3258억원으로 24.9% 감소했다. 심지어 에프앤가이드는 한온시스템의 올해 매출은 8조5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성장하지만, 영업이익은 2783억원으로 14.6% 뒷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과 상관없이 동기간 배당은 늘어나는 추세다. 공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최근 4년간 주당 배당금(총액)과 배당성향은 △2018년 320원(1708억원), 61.52% △2019년 320원(1708억원), 53.63% △2020년 320원(1708억원), 154.74% △2021년 360원(1921억원), 62.27% 등이다.
일반적으로 배당 여력은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손익을 뺀 당기순이익이나 잉여현금흐름(FCF) 보유량 등으로 판단한다. 한온시스템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2837억원 △2019년 3226억원 △2020년 1135억원 △2021년 3107억원 등이다. 2018~2021년도 배당총액은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이다. 2020년에는 배당총액이 당기순이익보다 600억원가량 더 많아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기 힘들다.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살펴봐도 흐름은 유사하다. 2018년의 경우 FCF가 515억원에 불과해 1700억원 규모 배당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의 배당정책이 일반적이지 않으며 금융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 일각에서 고배당 정책을 한온시스템 금융부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800억원가량 감소했던 2020년에도 배당성향은 꾸준히 유지됐다. 이는 공장 증설을 하는 한편 2019년 3월 인수한 1조3000억원 규모 E&FP사업까지 더해 자본적지출(CAPEX)이 상당한 한온시스템에 큰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조정 했다. 투자와 금융부담으로 단기간 내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평가다.
투자 증가와 함께 부채총계도 4년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부채총계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매출의 71% 수준이다. 신평사 신용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고배당 정책은 한온시스템 매각작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가는 10조원에서 8조원으로 줄어들다 최근에는 ‘매각보류’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매각가의 절반 이상이 부채로 잡혀 있어 원매자로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 새 FCF가 축소되고 재고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상품을 만들어도 팔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니 현금이 돌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무여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재고증가에는 고객사 원인도 무시하기 힘들다. 최근 1~2년새 차량용 반도체 수급 지연으로 완성차업체의 부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위원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2021년 이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전방 완성차 생산차질과 원재료 및 운송비 증가 등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늘리지 못하면서 2022년 3월 말 연결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라며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인 반면, 높은 수준의 투자 및 금융비용 자금 소요는 지속돼 당분간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온시스템은 순운전자본 측면에서는 기업 운영 효율화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순운전자본은 기업이 생산 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을 이른다. 지난 4년간 매출과 재고자산이 증가추세일 때 순운전자본은 8000억~9000억원대로 크게 늘지 않았다. 1~2년 새 급증한 원자재 가격과 운임료 등을 감안하면 한온시스템이 비용 효율화로 생산단가를 낮췄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