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한라이프가 생명보험 업계에서 보장성보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새로운 회계 제도에서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새 제도는 저축성보험이 수익에 사실상 반영되지 않기 때문인데, 신한라이프는 해당 부문의 비중을 크게 낮추고 있어 수익창출의 안정성을 우수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주요 생명보험사 가운데 보장성보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회사의 보험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66.9%로 확인된다. 저축성보험은 19.1%로 낮췄고 변액보험은 10.0%, 퇴직연금은 4.0% 수준이다.
현재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40%대에서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032830) 46.7%를 비롯해
한화생명(088350) 48.3%, 교보생명 36.1%, NH농협생명 44.2% 등으로 집계된다. 신한라이프는 이들 보험사 네 곳의 평균보다 23.1%p 높은 셈인데, 이에 따라 저축성보험의 비중은 가장 낮게 나온다.
신한라이프(당시 신한생명)는 지난해 7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하기 전부터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높았다. 지난 5년간 회사의 보장성보험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48.3% △2018년 51.5% △2019년 49.2% △2020년 45.0% △2021년 54.2% 등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저축성보험은 39.1%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까지 내려갔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보장성 상품의 비율이 높았던 터라 합병 후 재조정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통합 이전인 지난해 6월 기준 보장성보험이 57.7%(9792억원), 저축성보험은 22.4%(3806억원), 변액보험 19.8%(3366억원)로 확인된다. 연간 단위로는 2020년 기준 보장성보험 비중이 49.3%(1조9663억원)로 나온다.
보험 상품의 구성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한생명보다 오렌지라이프가 높았기 때문에 두 보험사 통합이 해당 비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계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 쪽으로 많이 방향을 바꾸고 있는데, 저축성보험은 새 회계서는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보장성보험을 강화하면서 신계약 가치 등 포트폴리오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보험사는 구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그 방향성에 맞춰 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생명보험 업계는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비중은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왔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보험영업의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험영업수익에 대한 인식이 보험료 흐름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현금주의’ 방식에서 일정 기간 제공되는 보험서비스의 수익만 구분해 인식하는 ‘발생주의’ 원칙으로 변경되는데 저축요소는 수익 측정에서 제외된다.
저축성보험은 위험에 대한 보장과 저축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 합계액이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초과하는 상품으로, 보험사의 본질적 업무인 보험서비스 제공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신한라이프 본사 전경 (사진=신한라이프)
현행 제도의 보험영업수익인 전체 수입보험료는 위험보험료와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 등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저축보험료가 빠지게 되면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 보험영업수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저축성보험에 발생주의가 적용되면 저축보험료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부분, 즉 실제 보험서비스를 위해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 부분에 대해서만 일정 기간 보험서비스가 제공될 때 수익을 인식하게 된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저축성보험 비율을 낮추면서 보장성보험을 업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덕에 새로운 회계 제도에서 수익창출 안정성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요인과 잠재적 변수를 그만큼 줄였다는 평가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만큼 수혜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논리는 타당하다고 보인다”라면서 “금리상승 요인이 있어서 수익성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다른 곳보다 안 좋은 영향이 적고 안정성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도 “어떤 보장성보험을 팔았는지 보유계약의 성격을 같이 고려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면 보장성보험에서 수익성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 신한라이프는 제도 변화에 따른 효과가 클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