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ABL생명이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경상적 수익성이 저조한 가운데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한 탓에 이익변동성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투자이익을 확대하면서 하반기 순이익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상반기 순이익이 –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동기인 136억원에 비해 215억원 감소한 셈이다. 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08%, -1.24%로 나타났다.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총 1조42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9억원 증가했다. 보험료수익(9283억원)과 이자수익(2477억원)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금융상품투자이익(616억원)과 외환거래이익(492억원), 배당수익(649억원) 등이 늘었다.
반면 영업비용은 1조4248억원으로 976억원 증가했다. 지급보험금(9837억원) 규모가 늘었고 책임준비금전입액(1061억원)과 금융상품투자손실(800억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3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ABL생명은 현재 이차익과 비차익, 사차익 등 세 가지 이원 모두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특히 이차손실 부담이 확대되고 신계약비차손실이 커지면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운용자산이익률이 4.06%로 업계 평균 대비 0.5%p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보험부채에 대한 적립이율도 4.11%까지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연동형 보험계약의 부담이율 증가분이 함께 반영된 탓이다. 보험료적립금 가운데 적립이율이 4.5% 이상이면서 잔존만기가 10년이 넘는 장기 고금리확정형 보험의 비중이 28.9%로 나타난다.
그동안 높은 운용자산이익률로 이차손실을 제한적인 수준에서 방어하고 있었는데, 보유계약의 적립이율이 오르면서 이차손실 발생 규모가 확대됐고 이에 따라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차손익 부문에서는 유지비차이익이 신계약비차손실을 커버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용평가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비용의 효율성이 낮다는 것인데 향후 영업을 강화하면서 신계약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빠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금리연동형 보험계약 등에서 부담 이자가 지난해보다 288억원 증가했다”라면서 “신계약비의 경우 올해가 초년도 신계약비에 대한 ‘1200% 룰’ 시행 2차연도로, 전기에서 이월된 수수료 지급액이 손익의 저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ABL생명 본사 (사진=ABL생명)
사차익의 손익 기여도 또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으로 위험보험료 확보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위험손해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지난 3개년 평균 위험손해율은 89.4%로 업계 평균인 86.3%보다 3.1%p가량 높다.
수입보험료 구성은 상반기 기준 보장성보험 4837억원(39.2%), 저축성보험 4446억원(36.1%), 변액보험 3048억원(24.7%) 등으로 집계되는데, 저축성보험 비중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과거 모회사였던 알리안츠 그룹의 보험상품 구조를 활용하면서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에 특화된 보험영업 전략을 유지했던 것인데,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손익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험이익 기여도가 낮아 저조한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ABL생명의 이익은 그간 변동성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2018년 순이익(K-IFRS 별도 기준)이 19억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가 2019년에는 –28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875억원과 721억원으로 양호했지만 이는 각각 법인세 비용 환입(898억원)과 부동산 매각이익(368억원)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존재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연구원은 “경상적 이익창출력이 저조하게 나타나 이익의 규모가 크게 변동하고 있는데, 삼이원 부진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라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나 금리나 환율 등 시장 지표가 급변하고 있어 투자손익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분기는 금리 환경에 따른 보험영업 손익의 감소, 환율 상승에 의한 파생상품 손실의 증가 등 환 관련 손실에 따라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라면서 “하반기에는 보장성 상품 판매로 위험률차 손익을 개선하고, 투자이익 확대 등으로 당기순이익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