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개발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을 전담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고정비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가 FDA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전날 공시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혈액 내 호중구(백혈구의 일종)가 감소하는 질환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8조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롤론티스는 미국 FDA의 시판 허가를 받은 국내 6번째 신약으로,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미국 현지 제약사 '스펙트럼'에 후보물질을 기술을 이전해 후반 임상 단계를 진행해 왔다. 해당 품목은 올해 4분기 중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미국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 수준으로 글로벌제약사 '암젠'의 신약 '뉴라스타' 및 해당 품목의 바이오시밀러인 '화이자'의 '니베프리아', '노바티스'의 '지엑스텐조' 등이 과점하는 구조다.
롤론티스는 해당 적응증 군내에서 뉴라스타 이후 첫 바이오신약이다. 다만, 경쟁사 암젠 대비 미국 내 영업을 담당하는 파트너사 스펙트럼의 영업력 등을 감안 시 매출 성장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롤론티스가 미국 시장에 출시될 경우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통해 생산을 전담하며, 스펙트럼은 현지 판매를 담당한다. 한미약품은 글로벌제약사에 대한 기술이전이 확대되던 지난 2016년을 전후로 미국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부합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기술이전 진행 경과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며 낮은 가동률이 지속돼 해당 시설과 관련한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장기적으로 롤론티스의 원활한 판매가 이뤄질 경우, 평택 바이오플랜트 관련 고정비 부담 완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한미약품은 스펙트럼과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롤론티스의 미국 순매출액에 대해 일정 수준 로열티를 수령할 예정이다.
또한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생산 능력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롤론티스 판매에 따른 자본적 지출(CAPEX) 소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파트너사 스펙트럼의 영업기반 강화를 위해 지분투자 등을 통한 자금지원 가능성이 존재한다. 올해 1월 24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가 이뤄진 바 있으나, 한미약품의 영업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이후 연구개발 확대 및 미국 시장진출을 위한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저하된 바 있다. 2016~2020년 5개년 연구개발비/매출액이 평균 17.2%로 국내 대형 제약사 군에서도 높은 수준을 지속했으며, 같은 기간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총 9000억원을 상회하는 CAPEX를 진행함에 따라 차입금의존도가 2016년 말 20.8%에서 2020년 말 42.6%로 상승했다.
한미약품은 2021년부터 연구개발비 조절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북경법인에서 양호한 매출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구개발비 등 비용 감소를 통해 영업 수익성이 개선됨에 따라 중단기적으로 과거 대비 확대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규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EBITDA는 1182억원으로, 2020년 연간 수준의 이익 규모를 시현했다.
신석호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020년 이후 과거 대비 CAPEX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점과 롤론티스 미국 판매분을 생산할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생산능력 등을 감안하면 관련 중단기적 자금 소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해당 사항들을 고려하면 점진적인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