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난국 타개를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캐롯손보는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적은 적자 수렁에 빠진 상태다. 새로운 대표 체제에서는 특히 투자영업 성장이 수익 개선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문효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문 대표는
한화생명(088350)에서 투자전략, 전략기획, 개혁추진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OI) 추진실장과 전략투자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3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정영호 전 대표이사는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성장경영추진실장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000370)의 최대 지분(51.36%)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손보는 캐롯손보를 자회사(50.6%)로 두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문효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 (사진=캐롯손보)
이번 인사에는 특히 ‘디지털 혁신’과 ‘투자영업’에 방점이 찍혀있다. 캐롯손보는 문 대표가 글로벌 IT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전략적 사업 운영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보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혁신 서비스로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캐롯손보는 디지털 손보사를 표방하는 만큼 보험 상품에 디지털 기술을 입힌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회사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를 측정해 가입자가 이용한 만큼 후불 결제하는 방식으로 지난 2020년 2월 선보인 이래 올해 7월까지 누적가입 70만건을 돌파했다.
자동차보험을 보험영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인데, 지난해 기준 보험료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자동차보험이 83.8%(1414억원)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일반보험이 16.2%(274억원)로 뒤를 따른다. 회사는 퍼마일보험을 중심으로 하고, 혁신 서비스가 담긴 상품들을 추가적으로 선보이면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동차보험 시장은 기본적으로 적자가 익숙한 분야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형사 4곳의 시장점유율이 85.0% 수준으로 과점 시장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소형사들은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보험 비중을 점차 줄이는 추세다.
특히 낮은 손해율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얻기 전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줄곧 100%를 넘어서면서 보험영업 적자에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현재 대형사들이 양호한 손해율을 유지하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캐롯손보의 경우 올 상반기 손해율이 100.1%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해 다시 악화된 상태다.
실적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캐롯손보는 2019년 5월 설립 이후 당기순이익으로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332억원으로 나타나 적자폭이 전년 동기에 비해 66억원 커졌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33.8%, -95.1%로 확인된다.
이번에 문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캐롯손보는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히 투자영업 부문에서 개선 방안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영업에서는 자동차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 사실상 힘들고 해당 구조에서 발생하는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도 고객 확장에 따른 보험료수익 증가 등 외형성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문 대표가 전략적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투자영업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으로 풀이되는데, 그간 캐롯손보는 투자영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터였다.
캐롯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올 상반기 0.51%로 업계 평균(2.79%)보다 크게 떨어진다. 경과운용자산이 1925억원이며 투자영업손익이 10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을 투자영업에서 보완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온라인 보험사들이 2020년에 비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이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자동차보험 자체가 오랫동안 적자 산업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 “규모의 경제가 나오려면 투자영업 부문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가 좀 커져야 포트폴리오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영업 관련해서 기존에 진행해 왔던 것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투자나 이런 부분을 통해서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개발에 더 힘이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