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하나손해보험이 2년 만에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적자로 돌아선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간 하나손보는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험을 늘려왔는데, 수익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더구나 하반기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우려가 높아지며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손보는 이번 증자를 발판으로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지만 실질적 턴어라운드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지난달 27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지난 2020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편입된 이후 2년 만에 다시 자금 수혈이 시행됐다. 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기존 주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만 참여했다. 발행주식수는 2998만8522주이고 주당 발행가액은 5000원으로 확인된다.
이번 증자로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해 자본적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기존부터 추진해 왔던 보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결산 공시에서 경영방침 목표로 ‘SMART 2025’를 제시하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위해 장기보험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나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하나손보)
현재 하나손보는 보험영업 구조가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상태다. 자동차보험은 주력으로 전개하는 대형 보험사들의 상품 비중이 20~30% 수준으로 나타나고, 중형 보험사들은 10% 이하로 줄이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하나손보는 자동차보험 비중이 업계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원수보험료 기준 회사의 자동차보험 비중은 2017년 69.3%로 70%에 육박했다가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2018년 65.1%, 2019년 62.5%, 2020년 61.1%까지 줄었다. 반대로 장기보험(연금보험 포함)은 2017년 24.2% 수준에서 2018년 29.9%, 2019년 33.3%, 2020년 33.6%로 계속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자동차보험 비중이 64.1%로 증가하고 장기보험이 30.9%로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해 반사이익 효과가 발생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례적으로 낮은 손해율을 보이며 손보업계 전반적으로 영업 여건이 개선됐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일반적으로 적정 손해율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영업이익 적자에 한몫한다. 하나손보 역시 코로나 효과로 손해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율의 합)은 2019년 113.5%, 2020년 104.9%, 2021년 103.5%로 계속 100%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장마와 태풍, 강설 등 자연적 요인과 휴가와 추석 연휴 등 사회적 요인까지 계절적 요인들로 인해 손해율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손해율 리스크가 높은 자동차보험 부문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되면서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손보의 보험영업이익은 △2017년 –87억원 △2018년 –294억원 △2019년 –494억원 △2020년 –311억원 △2021년 –390억원 등으로 변동성을 나타내며 부진한 모습이다.
순이익 역시 적자 상태다. 회사는 2017년(59억원) 이후 2018년(-105억원), 2019년(-445억원), 2020년(-68억원)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7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부동산처분이익(395억원)이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적자로 나온다. 올해 1분기에도 –54억원으로 다시 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유상증자를 통해 제고된 자본완충력을 기반으로 보험영업이 확대되고 포트폴리오 재편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도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수익성이 저조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나손보는 현재 자동차보험 위주인데, 장기적으로는 보장성보험으로 넘어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면서 “다만 유상증자 자금이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데에 당장 직접적으로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지위가 아직 올라오지 않아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수익성 회복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얼마나 효과를 낼지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손보는 디지털 채널 확장에 자본 사용의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체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자가 이뤄진 것이고, 자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자동차보험을 포함해 전반적인 상품 자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휴나 앱 고도화 외에 자체적인 디지털 채널 확대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