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큰손' 유한양행, 상장하면 판다?…주주책임 외면 목소리
지난해 19개 비상장 기업 투자…상장사 지분 547억원 회수
공개 2022-04-28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6일 10: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바이오벤처계 ‘큰 손’으로 떠오른 유한양행(000100)이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높아진 기술특례상장 허들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유한양행이 벤처캐피털(VC)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볼 만큼 성과가 났거나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회수해 지배주주로서의 책임을 외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한양행 본사. (사진=유한양행)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19일 AI 웨어러블 의료기기 스타트업 휴이노와 심전도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패치’의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메모패치는 심전도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이다. 유한양행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와 함께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휴이노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2월 프리IPO를 추진 중이던 휴이노에 50억원을 출자하면서 2대 주주에 올라섰고, 이후로도 꾸준히 주식을 보유해왔다. 보유 주식의 평가이익은 약 19억원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19개 비상장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약 940억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엠지에 214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지분 38.5%에 더해 총 61.6%를 확보했다. 엠지는 유한양행이 2014년 99억원에 인수한 수액제 개발 기업이다.
 
에이프릴바이오와 지아이이노베이션에는 각각 1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 취득했다. 두 기업 모두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유한양행은 △에스비바이오팜(70억원) △네오딘바이오벳(65억원) △이뮨온시아(60억원) △에스엘백시젠(30억원) △에임드바이오(30억원) △테라베스트(30억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20억원) △프로큐라티오(20억원) △제이인츠바이오(20억원) 등 바이오벤처에 투자했다.
 
 
 
유한양행이 이같이 바이오벤처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 물질 보유 기업에 투자해 신약 개발 불확실성과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외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를 밑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1상에 진입한 약물이 승인까지 성공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에 직접 나서기보단, 신약 개발 기업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이 얀센에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경우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인 신약후보 물질이다.
 
하지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투자기업에 대한 피투자기업의 종속을 강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고 투자를 받는 형태로 이뤄지는 오픈이노베이션 특성상 피투자기업은 내부 통제 기반을 잃게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해 기존 투자 기업 지분 547억원을 회수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상장기업이었던 신규 투자 대상 기업과는 달리 회수 기업은 모두 상장기업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주식을 전량 처분한 파멥신(208340)의 경우 아직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자금 조달 방안을 지속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2016년 코스닥 상장 전이었던 파멥신의 주식 12만1046주를 30억원에 취득했다. 이 주식은 2020년 파멥신이 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24만2092주로 늘어났고, 지난해 32억원에 모두 처분됐다. 파멥신은 유한양행의 투자를 받은 2년 뒤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상장 5년차인 이날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중이 50%가 넘어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겪고 있다.
 
파멥신과 같은 해 35억원에 취득했던 네오이뮨텍(950220) 보유 주식 375만주도 팔아치웠다. 당시 유한양행은 상장 전 네오이뮨텍의 지분 11.4%를 확보했다. 지난해 네오이뮨텍이 상장하고 주식 가치가 크게 뛰자 유한양행은 총 373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따른 평가이익은 232억원이다. 네오이뮨텍은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이 –351억원으로 2019년 대비 140% 늘어났다. 통상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이외에도 2007년부터 지분투자로 경영에 참여해온 휴마시스(205470) 보유 주식도 처분해 17억원을 확보했으며, 인도의 제네릭(복제약) 기업 G.T.B.L의 주식도 84억원에 정리했다. 2018년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와 이엠텍(091120)에 대해 보유 중이던 지분도 전량 처분했다.
 
지난해 유한양행이 주식 매매를 통해 얻은 평가손익은 총 87억원이다. 타법인출자 자산 장부 가치는 7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유한양행은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 처분이 다른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수단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분 투자를 하는 목적 자체가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단 투자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이라며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시장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고, 유망성을 위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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