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대한항공(003490)이 엔데믹 전환에 기지개를 켜며 올해 코로나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면제 조치와 함께 ‘특별여행주의보’까지 해제되면서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화물 운송을 지렛대 삼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유가상승으로 인해 수익 실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변수로 지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9조168억원, 영업이익 1조41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각각 18.5%, 1221.2%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전년보다 12배 넘게 성장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는 매출원가율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90.0%를 기록한 매출원가율이 지난해 76.7%까지 감소했다. 매출원가율 하락은 여객 운송과 달리 원가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은 화물운송이 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과 2021년 화물노선 운항을 크게 늘리며 실적 방어에 적극 나섰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조5574억원(매출 비중 21.6%)을 기록했던 화물노선 매출이 2020년 4조2507억원(매출 비중 57.4%), 2021년 6조6948억원(매출 비중 76.5%)까지 증가했다.
특히 국제선 화물 운송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kg당 2380원을 기록했던 국제선 화물 요금이 2020년 3688원, 2021년 4936원까지 올랐다. 2년 만에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아울러 매출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승무원 등 인건비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사무직을 제외한 조종사와 승무원 임금을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이 아닌 매출원가로 처리한다. 인건비가 감소하면 매출원가 하락으로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1조 3604억원을 기록한 대한항공 조종사와 승무원의 급여 및 퇴직급여는 지난해 1조3183억원으로 3.1% 소폭 감소했다. 다만, 금액으로는 421억원 규모로 전체 영업이익의 3% 수준에 불과해 원가율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이 금액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현재 대한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나머지 임금을 충당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365억원, 2021년 1429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건비 하락에 따른 원가율 감소보다는 다른 여러 요인으로 인해 원가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울러 국제선 화물 운송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정비와 고유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고, 유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여객과 화물 운임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유류할증료 부과를 통해 유류비 부담이 통제되는지 모니터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여객 운항 확대에 따른 화물부문 초과이익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국제선 네트워크 정상화 과정에서 고정비 부담과 고유가에 따른 유류비 부담, 비우호적 환율·금리 여건 등도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