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패션그룹 형지의 핵심 계열사
형지I&C(011080)가 창업주 최병오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대표가 회사를 이끈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형지I&C는 경쟁사와는 달리 여전히 코로나 직격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1000억원이 넘었던 매출 규모는 35% 넘게 쪼그라들었고, 부채비율은 400%에 육박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이로 인해 형지I&C는 2년째 부분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상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I&C는 지난해 매출 655억원,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매출 671억원, 영업손실 53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코로나 늪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1021억원)과 비교해 35.8% 줄었고,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적자다. 2년간 당기순손실도 총 107억원을 넘겼다. 형지I&C는
형지엘리트(093240)와 함께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그룹의 주축 계열사였지만, 코로나 여파로 사업 규모가 많이 위축된 상태다.
이로 인해 결손금이 지난해 말 기준 367억원까지 불었고, 2년 연속 자본금까지 까먹고 있는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2019년 226억원을 기록한 자본총계가 2020년 157억원, 지난해 120억원까지 줄었다. 현재 자본금 규모는 195억원이다.
형지I&C는 지난해 부채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20년 말 338억원을 기록한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 453억원으로 34%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15.3%에서 376.6%로 불어나며 위험신호가 켜졌다.
형지I&C는 계속되는 실적 악화 속에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각각 82억원, 11억원 신규 발행했다. 일반적으로 BW를 보유한 채권자는 추후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미리 약정된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향후 신주 인수 청구가 진행되면 추가자금이 납입돼 새로운 자금조달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 형지I&C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080원으로 신주 인수 청구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형지I&C가 지난해 발행한 BW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1838원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70%인 1286원까지 리픽싱(행사가액 조정)이 가능하다. 형지I&C는 향후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신주 인수 청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는 올해 1월 초 1800원까지 오른 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다시 동전주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형지I&C 주가 일봉 (사진=네이버 증시 캡처)
특히 이런 모습은 다른 패션회사들이 코로나 직격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기를 찾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668억원, 영업이익 10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56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LF(093050)도 지난해 매출 1조7931억원, 영업이익 158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1.3%, 106.1% 늘었다.
형지I&C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인프라 확대와 미국 아마존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주요 제품 판매경로가 백화점과 대리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인프라 확대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최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사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위기 상황에서 창업주 딸에 대한 특혜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