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 결합을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계열사가 아닌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등의 저비용항공사(LCC)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조건으로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 배분,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경우 대부분 중·단거리 노선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장거리 노선 진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새로운 노선 취항의 기회가 생겼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LCC 업체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9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 공정위원 9명과 공정위 심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대한 전원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심사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330-300 기종. (사진=티웨이항공)
앞서 지난해 12월 경쟁 제한성 해소 차원에서 양사가 보유한 항공사 운항 권리인 운수권과 항공사의 특정 시간대에 대한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일부 반납하고 운임 인상 제안, 항공 편수·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 결합을 승인하는 심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인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18개 등 총 65개 가운데, 인천~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애틀·시드니·바르셀로나, 부산~나고야·칭다오 등 10개 노선이 점유율 100%로 양사 결합 후 완전한 독점 노선이 된다고 공정위는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조건부 승인이 나올 경우 LCC 업체들은 새로운 항공 노선이 생겨 수혜를 볼 수 있다. 특히 LCC 가운데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등은 모기업과의 노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주요 중장거리 노선을 제외한 일부 국내나 근거리 비행 위주의 사업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실제 이득을 보는 LCC로는 이들 항공사과 연관이 없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LCC들이 중장거리 국제 노선 진출로 실적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거리용 대형 항공기가 없어 추가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LCC 주요 수익인 여객 수요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국제선 여객이 회복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항공 노선도. (사진=제주항공)
실제 화물 운송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는 달리 LCC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3사는 잠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다음 달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종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LCC들도 자체적으로 실적개선을 위한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는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기존에 운용하고 있는 B737-800 항공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오는 6월경 개조작업을 완료하고 화물 운송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물기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기단 운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중대형 항공기인 A330-300 기종을 도입해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키르기스스탄 등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기종은 3월경 국내선 운항에 투입한 뒤 국제 노선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상반기에는 이 기종을 3대로 확대하고 향후 북미, 유럽 등 노선을 위한 중대형기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CC들의 이 같은 자구안도 실질적인 실적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여객 수요 확대를 위해선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야 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운수권과 슬롯 반납을 통해 노선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는 업계의 절실함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대형 항공사들은 이미 다양한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전환이 그나마 수월하지만, LCC들이 보유한 항공기의 경우 크기가 작아 화물 운송에도 마진이 적고, 장거리 운항을 위한 대형기를 보유하자니 유지비가 더 크게 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항공여객 현황. (사진=한국투자증권)
실제 LCC들이 일반적으로 운영 중인 B737-800의 경우 평균 좌석수가 180~190석에 그치지만, 중대형 항공기인 A330-300의 경우 30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다. 이에 LCC들이 보유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한다 해도 적재량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중대형기를 무작정 도입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중대형기로 분류되는 B777-200ER을 지난 2014년 LCC업계 최초로 도입했던 진에어는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상승했지만, 다른 경쟁사보다 더 성장하지는 못했다. 진에어가 중대형기를 도입한 2014년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8%에 그쳤고, 2015년에도 추가로 2대를 더 도입했지만, 영업이익 299억원에 영업이익률 6.4%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중대형기가 없음에도 비슷한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시기인 2014년 제주항공은 영업이익 295억원에 영업이익률 5.8%를, 티웨이항공은 78억원에 3.6%, 에어부산은 204억원에 5.8%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제주항공은 514억원, 8.4%를, 티웨이항공은 318억원, 1.1%, 에어부산은 330억원에 8.7%를 기록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진에어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이 같은 이유는 대형기를 보유함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항공기에 따라 각각 다른 면허가 있는 조종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의 안전운항 지침 등에 따르면 항공기 한 대를 운영하기 위해선 기장과 부기장을 포함한 교대 인원까지 총 12명을 충원해야만 항공기를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 기종을 다룰 수 있는 정비와 정비사 등도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일부 운수권과 슬롯이 시장에 재분배되더라도 이를 감당할 만한 여건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대형기 도입이 무조건 좋다고 볼 수 없는 게 앞서 진에어 상황처럼 대한항공의 정비비 지원을 받았음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했다”라면서 “일부 슬롯 등이 재분배되면 중장거리 위주의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유럽 등 장거리 운항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