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증권업계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쏟아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 수익성 저하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우발부채 규모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익스포저에 대한 부담이 내재된 가운데 증권사별로는 자본 완충력 등에 따라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증권업 전반의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증권 산업 환경을 ‘비우호적’, 신용등급 전망은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시장금리 인상과 유동성공급 축소를 감안할 때 지난해와 같은 호실적 행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오미크론변이 확산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박 등을 고려할 때 기준 금리인상과 시장금리상승이 전망된다”면서 “금리 상승 시점과 변동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채권 가격에 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특히 “유동성축소에 따른 증시 위축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실물 자산 가치 하락 시 자산 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다”라며 “코로나19 재차 확산 시 주가와 보유 금융 자산 가치 하락,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헤지 손실과 유동성 대응 부담이 존재한다”라고 꼽았다.
키움증권(039490),
대신증권(003540),
유안타증권(003470) 등 초대형증권사를 제외한 일반 증권사들의 자체헤지 ELS 익스포저는 1조2000억원에서 1조2100억원으로 늘었다. 일반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64%로, 우발채무 가운데 무등급 PF 비중은 59%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분양률이 엑시트(투자회수) 분양률을 넘어선 사업장 비중은 약 19% 수준으로 나왔다.
표/한국기업평가
그는 “자체 헤지 파생결합증권 발행은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권사별 위험선호성향에 따라 발행 전략은 차별화가 예상되고, 대형사의 경우 해외투자 확대를 모색하는 반면 자본확충이 이뤄진 증권사를 중심으로 PF 우발채무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권업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라고 제시하면서 “영업환경 저하와 위험 투자 증가가 예상되나, 보수적 위험인수를 통한 체질개선으로 대응가능하기 때문에 신용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주가 급락이나 예측 수준을 넘어선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고,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과다한 위험인수로 자본적정성지표가 유의미하게 저하될 경우에도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헤지 ELS 발행 재개와 IB투자 규모 증가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재성 나이스(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증권업의 산업환경은 전년 대비 저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 증권업 산업위험은 ‘평균 수준(IR-BBB)’으로 내놨다. 윤 연구원은 “올해는 실물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전망되지만,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의 축소와 시중금리 상승 지속, 주식투자 선호의 조정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위탁매매 부문의 축소, 채권운용 리스크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사진/백아란기자
그는 “초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향후 해외대체투자 재개가 나타나겠지만 2018~2019년에 비해서는 위험인수 기조가 완화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중형 증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사 대비 주요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가 작은 수준으로 향후 확대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위험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리스크관리 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한국신용평가는 산업전망, 신용전망을 각각 ‘중립적’,‘안정적‘으로 제시하며 “부동산PF 규제로 관련 영업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해외 대체투자와 국내 부동산 PF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내재됐다”라고 지목했다. 이어 △위험 인수 성향 변화 △기존에 투자한 상업용 부동산과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투자중개와 운용부문 이익 둔화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외부 시장 영향이 적은 IB부문 영업에 집중할 가능성 높다”면서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위험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위험투자 확대에 따른 건전성 영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