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서진시스템(178320)이 시가총액의 4분의 1 규모인 188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가 추후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CB 대부분이 영구채인 만큼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과 전환권 행사와 관련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 우려도 존재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9회, 10회, 11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9회 180억원, 10회 1100억원, 11회 600억원으로 총 1880억원 규모이며 10회와 11회 전환사채는 30년 만기에 발행사(서진시스템)가 30년씩 만기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영구채다.
전환사채를 통해 확보할 1880억원은 신규 프로젝트 대응을 위한 베트남 공장 시설 확충과 매출 증대를 위한 원자재 구입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주력인 통신장비 외에도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반도체 부품, 생활가전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컨테이너 박스 생산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자금을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더구나 서진시스템은 이와 관련 자신감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2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고 이를 국내와 베트남 설비 확충에 과감히 투자, 올해 들어 매분기 연속 최대 분기 매출을 거두며 호실적을 낸 경험이 있다. 이에 자본 활용의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1346억원, 2분기 1376억원, 3분기 1736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 누적 매출은 4459억원, 영업이익은 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8%, 2만832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3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특히 1880억원 중 1700억원은 영구채로 조달하는 만큼 당장 차입부담도 발생하지 않는다. 영구채는 발행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서진시스템의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82.5%, 차입금의존도는 43.2%로 이들 지표는 전환사채 발행 후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구채의 높은 이자에 따라 관련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서진시스템의 이자비용은 증가세이다. 2018년 38억원에서 2019년 88억원, 전환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 있었던 2020년에는 125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역시 3분기말 기준 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영구채인 10, 11회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4.25%이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무이자 발행도 많은 전환사채를 고려할 때 이자율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영구채가 아닌 9회 전환사채의 경우 표면이자율은 2.5%다.
10, 11회 전환사채는 빌리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서진시스템이 보장해야하는 만기보장수익률이 상승, 이자부담이 더 커진다. 실제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 날까지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단리 4.25%이지만 5년에서 6년사이에는 8%, 6년에서 7년까지는 9%, 7년에서 8년 11%, 9년부터 상환일까지는 연 단리 12%를 보장해야 한다.
이자비용은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당기순이익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무구조에 부담이 된다.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작년부터 진행했던 시설투자의 성과가 올해 실적에 반영,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8.8%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하기 있기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이자부담을 낮추는 조항도 있다. 10, 11회 전환사채는 서진시스템의 주가가 20영업일 이상 연속으로 7만원을 상회할 때 인수자인 이자지급일 전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표면금리는 연 단리 2.25%로 조정된다. 또한 서진시스템은 발행한지 5년이 경과한 날부터 만기 전까지 1년마다 조기상환을 할 수 있다.
전환사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이뤄지다 보니 전환권 행사 시 지분희석에 따른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도 예상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9~11회 전환사채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발행 주식의 21.09%에 해당하는 399만9992주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10, 11회 영구채의 경우 전환권 행사가 이자 부담을 낮출 수는 있으나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서진시스템은 2000억원 규모의 4~8회 전환사채와 600억원 규모의 신규 발생 사채권이 존재한다. 5회 전환사채 300억원, 8회 전환사채 200억원 등 총 500억원을 서진시스템 최대주주 전동규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규모로 봤을 때 전환권 행사 시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에는 부족하다. 올해 9월말 서진시스템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1.67%다.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년 회사 규모가 커지는 외형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운영자금 비중이 높아진다는 예상에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준비하게 됐다”라며 “새롭게 진출한 컨테이너 사업 등에서 본격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환권 행사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