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에 눈 돌린 대한제분…그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헬스밸런스 지분 인수 특수목적법인에 100억원 출자
보나비 아티제, 지난해 순손실 105억원…수익성 악화
펫사업도 올해 상반기 적자전환
공개 2021-11-04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9: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대한제분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대한제분(001130)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분산업으로 인한 정체된 성장성을 끌어올리고 먹거리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신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식음료 사업이 수년째 손실 누적인 데다 펫사업마저 상반기 적자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톤브릿지와 손잡고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업체 헬스밸런스를 인수했다. 스톤브릿지와 대한제분은 헬스밸런스 주식 100%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AC)에 각각 500억원, 100억원씩 출자했고 200억원의 인수금융을 추가로 활용했다. 이번 인수는 영유아식 사업과 마스크 제조사 필터 부문을 제외한 홍삼 및 다이어트식품 등 건강기능식품 부문만 포함됐는데 대표적으로 ‘천지양’ 등이 우수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4조9000억원에 달한다.
 
대한제분은 밀가루 시장 수익성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건기식 시장에 손을 뻗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제분은 2017년 매출 8108억원에서 지난해 9702억원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연결)을 따져보면 2016년 5.47%에서 매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2.37%까지 내려앉았다. 제분산업 자체가 밀가루 수입 확대 등으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53년 출범한 대한제분은 국내 대표 제분 및 소맥분 판매업체다. 최근 들어서는 MZ세대 사이에서 뉴트로(뉴+레트로, 과거의 것을 현재로 재해석) 열풍 속 ‘곰표’ 이미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일례로 BGF리테일(282330) 편의점 CU는 대한제분이 상표권을 갖는 곰표와 협업해 ‘곰표밀맥주’를 선보이고 초도물량 10만개를 3일 만에 완판했다. 이어 곰표 패딩에서부터 치약, 미백크림 등 다양한 콜라보 상품이 주목받으면서 대한제분 브랜드 이미지도 덩달아 크게 재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티제. 출처/아티제
 
다만 이 같은 대외적인 훈풍에도 신사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앞서 사업 다각화로 시도한 식음료와 펫사업 수익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제분은 지난 2012년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를 전개하는 보나비를 인수하며 식음료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수 초기 400억원 대 매출에서 2019년 900억원 가까이 매출 폭이 커졌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최근 수년간 보나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은 2016년 601억원에서 2017년 672억원→ 771억원→ 2019년 89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은 -27억원→ -19억원→ 6억7000만원→ -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2018년을 제외하고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외식 경기가 타격을 맞으면서 매출(867억)은 떨어지고 순손실(105억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실제 대한제분은 보나비에 대해 2017년 59억원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한 데 이어 2018년 48억원, 2019년 23억원, 지난해에는 무려 379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2017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영업권 손상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브랜드가치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보나비는 상반기 매출 470억원, 8억9000만원 순손실을 남겼다.
 
펫사업도 마찬가지다. 대한제분은 디비에스(현 우리와)를 설립하며 반려동물 관련 용품 도소매업을 영위하기 시작했고 이후 반려동물사료 사업부문을 양수하며 펫산업 파이를 키워왔다. 올해 상반기 대한제분 반려동물사업 부문은 매출 560억원을 기록했지만 2000만원 순손실을 남기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44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제분은 반려동물 서비스업을 전개하는 ‘우리와’에 235억원을 손상차손으로 계상함에 따라 우리와 장부가는 665억원에서 430억원으로 대폭 작아진 상태다. 펫사업 자체가 경쟁이 치열해 시장 선점이 어렵다 보니 궤도 안착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건기식 분야가 유망한 건 맞지만, 그만큼 입지 확대를 위한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라면서 "(건기식이) 대한제분 본업인 제분사업과 시너지도 크지 않은 만큼, 사업 성과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IB토마토>는 건기식 신사업과 관련해 대한제분의 입장을 들으려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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